“H는 묵음이야.”
마치 영어 수업 시간을 떠올리도록 하는 키 카피가 세간에 화제다. 아몬드 브랜드 <바프(HBAF)> 광고 속에서 모델 전지현은 몇 번이고 H는 묵음이라 외친다. 뜬금없어 보이는 이 멘트는 묘하게도 매력적이다. 아몬드와 전지현, 키 카피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광고가 끝나고도 자꾸 곱씹게 된다. “그래, H는 묵음이지!”
맛있는 견과류 + 건강한 스낵 = HBAF
‘허니버터 아몬드’로 친숙한 길림양행의 ‘HBAF’는 건강을 위한 간식이었던 아몬드의 패러다임을 바꾼 브랜드다. 지난해 HBAF의 다양한 아몬드 제품은 1억 215만 5043봉지가 팔렸다. 1초에 4봉지씩 팔린 셈으로 견과 및 가공 견과류를 통틀어 업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 제품이다.
이미 인기 높은 HBAF의 제품들이지만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었다. HBAF라는 브랜드 철학, 무엇보다 허니버터아몬드는 알지만 HBAF는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간식이라도 맛과 더불어 건강까지 함께 챙기는 시대에 맞춰 맛과 건강 두 가지 포지셔닝을 잡았고, 소비자들에게 HBAF의 새 철학을 전달하는 것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시작했다. 브랜드명을 중의적으로 해석하는 추가 키워드를 만들었다. 단순히 제품을 지칭하는 Honey Butter Almond & Friends에서 벗어나 Healthy But Awesome Flavors로. 새롭게 태어난 HBAF는 단순히 브랜드명을 넘어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맛’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담았다.
특별한 일상, 특별한 아몬드
일반 제과의 이미지를 넘는 고급스러움을 전할 수 있도록 배우 전지현을 캠페인 모델로 기용했다. 캠페인의 주요 키워드는 일상, 그리고 특별함. 평범한 행동 하나에도 특별함이 묻어나오는 모델로 전지현은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캠페인도 일상편과 휴일편 두 상황으로 준비했다. 먼저 휴일편은 여유로운 순간에 어울리는 다양한 바프 제품을, 일상편에서는 활동적인 순간에 어울리는 바프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캠페인 속에서 총 6개의 HBAF 제품이 등장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분위기를 만들어 낸 비결은 바로 컬러톤의 매치였다. 허니버터아몬드 패키지의 노란색을 활용하여 나른한 햇살이 들어오는 느낌으로 전체적인 컬러감을 노란 톤으로 연출하고, 초록색 패키지의 와사비 맛 아몬드는 초록 숲이 배경으로 등장하여 컬러 톤을 맞추었다.
일상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영상에 맞춰 배경음악은 1982년작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OST ‘One More Kiss, Dear’로 선택했다. 배우 전지현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잘 맞는 동시에 여유로우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우연히 발견한 킬링 카피
무엇보다 캠페인의 정점은 ‘나의 베프, 바프 H는 묵음이야’라는 키 카피였다. HBAF라는 브랜드명은 발음하기가 길고 어려운 편으로, 아이디어 단계에서 짧게 줄인 말 ‘바프’로 부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이러려면 H가 묵음이어야 했다. “H는 어디 갔지?” “H는 묵음이야”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에 캠페인 담당자들 모두의 눈이 빛났다. 다들 “재밌는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품 브랜드에선 묵음이 흔히 등장한다. 간식 브랜드에도 묵음이 안 된다는 원칙은 없다. 특히나 명품스러운 아몬드 간식이면 말이다. 무엇보다 H는 묵음, 바프라는 과정에서 브랜드명이 선명하게 인식됐다. 그렇게 탄생한 키 카피는 역시 유효했고, 이를 통해 HBAF란 브랜드명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기억시킬 수 있었다.
제일기획 이준호 프로 (비즈니스 15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