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흰 우유 대신 민트초코 우유를 골라 먹는다, ‘채식 선택제’를 통해 비건 급식 신청이 가능하다… 이전 세대들은 상상도 하기 힘든 요즘 고등학교의 풍경이다. Z세대는 사소한 부분까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받으며 자랐다. 바꿔 말하면,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이 이들에겐 매우 당연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Z세대가 구독 서비스에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려면, 딱 한 개를 소유하는 것보단 여러 개를 경험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영화 하나를 다운로드받아 영구 소장하는 것보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것이 콘텐츠 선택의 폭이 넓은 것과 같은 이치다. Z세대 입장에선 비슷한 자원을 들여 더 많은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구독 서비스인 셈이다.

소유보다는 다양한 경험. 선택지가 중요한 Z세대가 이러한 소비 철학을 갖게 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이들은 과자부터, 생리대, 전통주, 꽃, 속옷, 햄버거,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Z세대의 지지 덕분에 구독 서비스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구독자가 6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꽃 정기 구독 서비스 ‘꾸까’는 지난해 월 매출 1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Z세대의 삶 속엔 구독 서비스가 이미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몇 년에 걸쳐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나름의 ‘구독 습관’까지 생겼을 정도다.

 

구독 서비스를 꼭 정기구독하지는 않는다

구독 서비스의 일반적인 정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했든 못했든 정기구독을 했다면 매달 구독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바빠서 영화 한 편 못 봤는데 넷플릭스나 왓챠 구독료가 통장에서 빠져나가 본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얘기는 Z세대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이들은 구독 서비스를 정기구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구독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험 기간처럼 바쁠 땐 구독 서비스를 해지했다가, 방학 등 비교적 시간이 많을 때 구독 서비스에 다시 가입한다는 Z세대가 많았다. 이전 세대와 달리, 구독과 해지를 반복하는 과정을 번거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학생 또는 사회초년생인 Z세대가 만만치 않은 구독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 년에 내내 정기구독을 이어가는 게 아니라, ‘일시 구독’을 하니까! 만약 Z세대를 위한 구독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라면, ‘정기구독’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이들의 구독 습관에 맞춘 새로운 플랜을 설계하는 편이 서비스에 대한 호응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 때론 후원의 의미를 갖는다

Z세대는 상품이나 서비스 외에 ‘인물’을 구독하기도 한다. 유튜버, BJ, 스트리머 등이 운영하는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이 이들에겐 흔한 구독 서비스의 형태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면 정기적으로 멤버십 전용 콘텐츠를 제공받거나, 소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Z세대는 그런 혜택보단 좋아하는 유튜버 또는 BJ를 ‘후원’하고 싶은 마음에 구독 서비스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일례로 게임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에서 스트리머를 정기구독하면, 구독자 전용 채팅에 참여할 수 있는 등 몇 가지 혜택을 준다. 하지만 6600원이라는 구독료를 생각했을 때 혜택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Z세대가 트위치 스트리머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는 이유는 스트리머를 후원해 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자신이 구독하면 그 수익이 스트리머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혹은 팬이라서 그에게 한 푼이라도 수익을 보태주고 싶은 마음인 거다. 이 사례로 봤을 때 Z세대는 꼭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구독 서비스로 인해 발행하는 인간관계, 구독팸이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친구 관계 오래가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방법인즉슨, 친구들끼리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프리미엄 등 구독 서비스를 함께 구독하는 것이다. 구독료를 같이 내니까 친구 관계가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 우스갯소리에서도 알 수 있듯, Z세대 사이에서 구독료를 1/N으로 나눠서 내는 ‘구독팸’을 꾸리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때론 지인이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타인과 구독팸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엔 중고거래 앱이나,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브리타임) 등에 ‘4인팟 모집합니다’ 같은 글을 올려 구독팸을 모집한다고 한다. 구독팸이 구해지면, 함께 오픈 채팅방을 파서 친분을 쌓고, 좀 더 친해지면 관계를 오프라인까지 이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아예 4FLIX처럼 구독팸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Z세대 5명 중 한 명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도 ‘친구’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보다 훨씬 긴밀하게 소통하는 구독팸은 Z세대의 새로운 인간관계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Z세대의 구독 습관을 파고든 구독 서비스만이 Z세대의 지갑을 열 수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10~60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78.4%, 20대의 73.7%가 앞으로 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대기업들도 일제히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작년 6월, 포인트 적립 및 콘텐츠 무료 이용 혜택을 담은 네이버 플러스를 출시했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 중에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포티파이,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기업의 구독 서비스도 2021년 한국에 상륙했거나, 상륙할 예정이다.

Z세대는 구독 서비스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고, 기업들은 구독 서비스를 열심히 쏟아내고 있는 요즘. Z세대의 구독 습관을 파고든 서비스만이 구독 춘추전국시대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서재경

트렌드 미디어 <캐릿>의 에디터. 매거진 <대학내일>을 거쳐 현재 캐릿에서 MZ세대 트렌드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업무 특성상 N년째 MZ세대를 가까이하며 관찰자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최근엔 MZ세대를 궁금해하는 25~40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오디오 토크, 인터뷰, 외고 등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