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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통한 마케팅적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나이키, 코카콜라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같은 가상 현실 게임 속에서 가상 매장을 만들고, 그들의 제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소개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게임 플랫폼 안에서 단순히 자신들의 브랜드를 일종의 PPL 방식으로 노출시키는 것을 넘어, 직접 주도해서 게임을 만들어 내고 브랜드와 관련된 스토리를 해당 게임에 밀접하게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애드버게이밍(Advergaming, Advertising+Game)’으로 불리며 많은 브랜드들에 의해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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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웬디스(Wendy’s)는 2019년 10월, 자체적으로 개발한 테이블용 롤플레잉 게임을 ‘Feast of Legends(feastoflegends.com)’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배포했다. 게임 자체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철저하게 기획됐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웹사이트에 가서 가이드라인을 무료로 다운로드받으면 되는데, 무려 100페이지에 이르는 이 가이드라인은 게임 속 캐릭터들과 가상 국가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웹사이트상에서 주사위를 굴리며 게임을 진행하면 된다.

 

▲ 웬디스의 테이블용 롤플레잉 게임 ‘Feast of Legends’

이 게임은 전형적인 RPG 게임의 유형을 따르고 있다. 캐릭터들이 소개되고,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를 가상의 나라에서 육성시키는 형태로 진행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우리는 햄버거에 냉동육을 쓰지 않는다”는 웬디스 브랜드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 게임에 대한 반응은 무척이나 긍정적이다. 포브스 같은 유명 경제 매거진은 “놀랄 만큼 잘 만들어졌다”라고 평가하며, 웬디스의 이러한 시도가 “수많은 경쟁사들이 다른 버전의 게임을 내놓으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KFC 역시 비슷한 시기에 그들의 유명 캐릭터인 켄터키 할아버지 샌더스 대령이 등장하는 가상 데이팅 PC 게임을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망인 스팀(Steam)을 통해 무료로 론칭했다. KFC가 직접 만든 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브랜드 마스코트인 켄터키 할아버지가 미중년으로 소개되고, 한층 매력적으로 젊어진 이 캐릭터와 함께 총 9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게임 플레이어가 다채로운 연애 스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 KFC가 제작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I Love You, Colonel Sanders!’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적극적으로 에드버게이밍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구찌다. 구찌는 2019년부터 ‘구찌 비(Gucci Bee)’, ‘구찌 에이스(Gucci Ace)’ 등 다양한 아케이드형 게임을 자체 개발해서 구찌 모바일 앱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케이드형 게임이란 과거 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었던 가벼운 게임들을 일컫는데, 플레이어들은 아케이드 맵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면서 구찌 하우스에 대한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레트로 감성이 다분한 구찌의 게임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참여형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잠재적 소비자들이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브랜드에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 구찌의 다양한 아케이드 게임
ⓒ 구찌 카카오톡 채널 캡처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다양한 게임적 요소를 브랜드에 녹여서 소통하고 있다. 샤넬은 주기적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코코 게임 센터’라는 이름의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 등록하면 무료 초대장이 발부되고, 이를 게임장에서 보여주면 100원짜리 크기의 샤넬 로고가 찍힌 동전을 받을 수 있다. 이 동전을 가지고 해당 게임 센터에서 샤넬이 마련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자동차 경주부터 뽑기 게임까지 다채로운 게임들이 샤넬의 화장품들과 조화롭게 어울려 재미를 준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들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브랜드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우선 첫째,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가잼비’를 추구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펀슈머(Funsumer)’라 불릴 정도로 자신에게 재미를 주는 브랜드들을 찾고 소비하려는 성향이 높다. 그들은 가격, 실용성 등도 꼼꼼하게 따지지만 동시에 이색적인 고객 경험을 주는 재미있는 브랜드들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단순히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펀슈머들의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기에, 게임적 요소를 통해 주목도를 끌어내고, 이후에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게이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게임에 헌신적이고 높은 충성도를 가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브랜드가 제공하는 게임을 즐기다 보면 충성도와 결합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는 약 1,300만 명의 RPG 게임 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웬디스는 아마도 RPG 게임을 정교하게 만들어 내면 골수 RPG 게임 팬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게임을 주목할 것이며, 이들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브랜드와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때 높은 팬덤을 가진 게임 유형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https://youtube.com/watch?v=67ELrXzeNRU

▲ 플레이어가 편자를 던져 상품을 받는 에르메스의 위챗 게임 ‘H-pitchhh’

셋째, 상대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임 참여자들은 구찌가 만든 게임을 통해서 자신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해당 게임 캐릭터를 꾸밀 것이고, 이런 과정들이 데이터 형태로 자연스럽게 수집될 것이다. KFC나 웬디스 역시 특정 캐릭터들을 의도적으로 그들이 판매하는 메뉴들과 결합시켜 만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가 만든 어떤 캐릭터들을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이러한 데이터를 추후 다른 형태의 마케팅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소비자가 광고라는 인식 없이 게임 자체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수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마케팅의 화두는 팬덤(Fandom)을 형성해서 소비자가 아니라 팬슈머(Fansumer)를 만드는 것인데, 게임은 브랜드와 소비자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앞으로 이러한 애드버게이밍의 추세 안에서 더 많은 브랜드들이 더 흥미로운 방식의 게임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승윤은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다. 비영리 연구·학술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의 디렉터로 있으면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로운 고객 경험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긴 『공간은 경험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