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요는 그에 맞는 기술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비대면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서 운동에도 비대면이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지에 달려 있긴 하지만, 집은 꽤 괜찮은 운동 공간이고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있다. 그래서 이른바 ‘홈트’, 홈 트레이닝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구하기 어려운 물건 중 하나로 닌텐도의 게임기 ‘스위치’가 꼽힌다. 또한 스위치의 게임 소프트웨어인 ‘링 피트 어드벤처(Ring Fit Adventure)’는 출시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웃돈을 줘야 할 만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링 피트 어드벤처는 달리기와 링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결합하고, 악당과 싸우는 게임 요소를 적절히 더했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면서 탄성이 강한 링을 조이고, 스쿼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근력 운동을 더해 제법 강도 높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하루 30분~1시간씩 3개월 꾸준히 하면서 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겼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인기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그 인기를 더해가는 묘한 제품이다.


▲ 게임과 연동된 운동 경험을 제공하는 링 피트 어드벤처. ⓒ nintendo.com

나이키는 일찌감치 운동과 기술을 연결해 왔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부터 운동화에 센서를 달아 운동량을 측정하는 ‘나이키 플러스’를 운영해 왔고, 자체 피트니스 밴드를 비롯해 여러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나이키의 주 사업은 스포츠 용품이고, 이 제품들의 수요를 높이려면 사람들이 운동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이키가 더 장기적으로, 꾸준히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려면 단순히 제품 하나를 알리는 것보다 사람들이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이키 런 클럽’은 이미 오랫동안 달리기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운동 경험을 만들어 왔다. 그 뒤를 잇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은 근력, 지구력, 요가 등 190가지가 넘는 운동을 이끌어 준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애플TV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TV 화면을 보며 운동에 집중할 수 있고,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정확한 운동량을 측정해 주기도 한다.


▲ 홈트를 도와주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 www.nike.com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홈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펠로톤(Peloton)’을 꼽을 수 있다. 펠로톤은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그룹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구독형 서비스로, 핵심은 스피닝(spinning)용 실내 자전거다. 대개 피트니스 센터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박자에 맞춰 진행하는 운동인데, 실내 자전거에 디스플레이를 달고 스트리밍으로 스피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동하는 것이 펠로톤의 핵심이다.

펠로톤에는 여러 개의 클래스가 운영되는데,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녹화된 프로그램을 보면서 운동할 수도 있다. 페달을 밟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운동량이 확인되고, 함께 참여한 사람들과 기록 경쟁을 할 수도 있다. 펠로톤은 스피닝 외에도 러닝머신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펠로톤의 스피닝 자전거는 기기보다 운동 프로그램에 더 무게가 실린다. 매달 58달러를 내는 구독을 통해 자전거와 운동 프로그램을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데, 개인이 기왕에 갖고 있던 기구를 이용하고 39달러의 월 구독료로 운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인기도 좋다. 펠로톤의 인기는 자전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전거에 자주 올라가고 즐겁게 운동을 반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동기 부여에 있다. 홈 트레이닝 비즈니스가 이전의 운동 기구 비즈니스와 구분되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 말이다.


▲ 구독형 홈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펠로톤. ⓒ onepeloton.com

사물인터넷과 머신러닝 등의 발전과 접목되는 운동 방법도 눈에 띈다. ‘드리블업(DribbleUp)’은 축구공과 농구공에 센서를 달아 여러 가지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드리블, 슛 등 공을 다루는 방법을 확인해 개선점을 알려준다. 또한 멤버십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운동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앱인 ‘홈 코트(HomeCourt)’는 카메라를 통해 운동 자세를 교정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운동하는 모습을 적절히 비추면 머신러닝으로 사람의 관절과 공의 움직임 등 현재 운동의 맥락을 읽어낸다. 이를 토대로 드리블 기록, 자세 정보 외에도 골이 성공한 경우를 인식해 점수, 슛 성공률 등 경기 기록을 분석해 준다. 앱 하나로 전문 트레이너 못지 않은 농구 훈련이 이뤄지는 셈이다.


▲ 스포츠 기량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드리블업. ⓒ dribbleup.com

▲ 카메라로 운동 자세를 교정해 주는 홈코트.

홈 트레이닝의 인기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기술 흐름 중 하나다. 특히 스마트폰과 양방향 소통 환경이 자리를 잡으면서 홈 트레이닝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운동 방법의 기본은 영상 콘텐츠로 공유하기 쉽고, 여러 가지 센서와 비전 컴퓨팅이 더해지면서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아도, 혹은 실시간으로 마주하지 않아도 양방향으로 트레이닝과 기록 확인, 피드백 등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용자로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두면 이용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익성이 좋아지는 플랫폼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 콘텐츠에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남은 것은 혼자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운동에 대한 ‘익숙함’이었는데, 업계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이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해결되면서 홈트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넘어 코로나 시대에 꼭 해야 하는 필수 습관이 됐다. 집 안에서 조용히, 하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바로 이 홈트 비즈니스다.

*최호섭은 IT칼럼니스트이다. 오랫동안 IT 전문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여러 매체에 전문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 『샤오미』, 『손에 잡히는 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