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무엇일까. 일상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대표적 트렌드를 의식주 각 분야별로 소개해 본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은 이제 일상의 소비이자 의식주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윤리, 젠더 등 사회적 가치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변화를 담고 있다. 이런 변화는 패션계에도 영향을 줬고, 지속가능한 패션을 대두시켰다. 세계적인 패션쇼마다 콘셉트에 ‘지속가능성(Sustainable)’이 필수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이건 패션의 스타일이나 디자인적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 패션 산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이다.

2019년 8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 ‘G7 패션 협약’이 발표된 바 있다. 프랑스 케링 그룹이 주도해서 전 세계 32개 글로벌 패션 기업(이들이 가진 브랜드만 150여 개다!)이 동참했다.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해 패스트 패션 브랜드, 스포츠 패션 브랜드 등 패션계 내에서도 서로 다른 카테고리를 가진 이들이 모두 동참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이 협약은 기후 변화에 패션계가 적극 대응하겠다는 내용으로,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고, 제조 공정에서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쓰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살아남기 위한 패션계의 자구책이다. 소비자가 변화했으니,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환경을 비롯한 지속가능성 문제를 기업 스스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패션계는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으며, 소비자도 지속가능한 패션을 소비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를 지향한다.

 


▲ 새로운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 소재를 사용해 선보이는 프라다의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
prada.com

 


▲ 헤론 프레스턴과 에센스가 협업한 ‘점프’ 캡슐 컬렉션은 폐낙하산으로 만들었다.
헤론 프레스턴 인스타그램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호품을 대표하는 취향의 아이콘은 커피와 와인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이 두 가지는 중요한 기호품이자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였다. 그런데 이제 그 자리를 차가 잇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는 누구나 마시는 흔한 커피 대신 뭔가 특별한 사람이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애프터눈 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차가 힙해진 건 비단 우리만의 얘기가 아니라, 수년째 전 세계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시대에 느림과 여유를 찾고자 하는 욕망이 커진 것도 이유가 된다. 우리가 알 만한 대형 커피 전문점 중 티 메뉴를 팔지 않는 곳은 거의 없고, 매출도 급성장세다. 이에 따라 ‘술자리’를 대신해 ‘찻자리’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사실 찻자리는 한국의 오래된 사교문화 중 하나였는데, 근래 다시 부활하고 있다.

성수동, 연남동, 서촌, 한남동 등 서울의 주요 핫플레이스에 찻집이 계속 생기는 것도 요즘 ‘인싸’들이 차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다. 그렇다고 전통 찻집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품질 좋은 차를 제대로 된 도구를 갖춰서 마시는 공간으로, 세련되고 트렌디하다. 다도를 배우는 게 하나의 트렌드한 스터디가 되고, 좋은 다기를 가지는 게 힙한 패션 아이템을 사는 것처럼 멋진 일로 여겨지고 있다. 고급 차에 대한 관심은 물, 도자기와 다기, 그리고 사교문화까지 이어진다. 그냥 차만 마시는 게 아니다.

 


▲ 호텔신라 1층에 위치한 ‘더 라이브러리’가 이탈리아 브랜드 폰타나 밀라노 1915와 협업해 선보인 애프터눈 티 세트.
호텔신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국제협회 FAM(Freunde alter Menschen, 노인의 친구)은 외로운 노인과 이웃을 연결시켜 주는 단체다.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지방이나 해외에서 온 청년층을 지역 사회에 있는 외로운 노인들과 일대일로 연결해 정기적으로 교류하도록 지원한다.

노인과 청년을 연결시키는 건 프랑스에서도,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계속 시도된다. 서울시는 60세 이상의 노인이나 노부부가 사용하지 않는 방을 대학생에게 보증금 없이 주변 시세의 반값 정도로 빌려줘서 주거비 부담에 주거 불안을 겪는 대학생들의 문제를 해소하는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에겐 임대료 수익을 거둬 경제적 도움이 되기도 하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학생에겐 주거비 부담을 줄여준다.

일본에서 독신의 고령자와 젊은 대학생을 연결시키는 세대간 홈셰어링은 지자체들마다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누가 누굴 돌봐주는 개념이 아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룰을 정하는 것이다 보니, 주 3회 노인과 식사를 함께 하면 월세를 줄여주거나 안 받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요리를 하며 어울리기도 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 같은 사이일 때 오래 유지되는데, 가족 해체 시대의 새로운 대안가족이다.


▲ 마을과집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자몽 셰어하우스’ 갈현점과 동숭점.
마을과집 한국사회주택 협동조합

한편 대기업이 뛰어들기 전까진 스타트업의 영역이었던 셰어하우스에 대규모 자금과 투자가 몰리고 있다. 대기업 건설사 중 셰어하우스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곳이 없다시피 할 정도다. 초기 셰어하우스가 주거 비용을 아끼기 위해 모여 살았던 것에서 지금은 취향 공동체의 역할이 강해졌다.

세어하우스뿐 아니라 요즘 고급 주상복합이나 고급 아파트 단지에선 커뮤니티 기능을 아주 중요시 여긴다. 이에 따라 건설사도 분양을 위해서 커뮤니티 기능을 강조한다. 아침밥을 주는 곳도 있으며, 입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해 주는 곳이 점점 늘어간다. 아파트 시대가 되면서 퇴색한 이웃사촌을 고급 아파트에선 다시 부활시키고 있다.

가족 해체의 시대, 이웃은 새로운 가족이 된다. 끈끈하진 않지만, 충분히 어울리며 즐거울 수 있는 사이다. 일종의 ‘느슨한 연대’인 셈이다.

 

 

* 김용섭은 트렌드 인사이트와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다.
저서로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대한민국 세대분석 보고서』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