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요?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입니다. 쥐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2020년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여느 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국제적으로는 정치적 역학 관계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적으로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과 인구 감소가 가계의 소비 성향을 떨어뜨려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았던 때가 없었죠. 어쩌면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요즘 애들 큰일이야”뿐만 아니라 “올해 경기 큰일이야”도 적혀 있을지 모릅니다. 여기서 잠깐,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옥수수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oksusu’ 아니고, ‘corn’이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여러모로 인상적인 영화인데, 그중 광활하게 펼쳐진 옥수수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30만 평이 넘는 이 옥수수밭은 CG가 아니라 실제 밭을 경작해 촬영했다고 하죠.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에너지 고갈과 기후 변화 때문에 식량난을 겪고 있는데, 악화 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희망을 품게 하는 작물이 바로 옥수수입니다.
옥수수는 생명력이 강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도 적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활용 가능한 유용한 작물이어서 세계 식량 종자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대체 원료인 바이오에탄올의 원료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옥수수의 원산지인 남미에서는 신이 죽어 환생한 작물이 옥수수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에는 이른바 ‘팝콘 명장면’이 등장합니다. 남북한 병사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옥수수 창고에 던져진 수류탄이 폭발하면서 하늘에서 하얗고 뽀얀 팝콘이 눈처럼 내립니다. 팝콘을 만들 수 있는 옥수수 종자는 따로 있다고 하지만, 여하간 이 영화에서 팝콘은 역경과 갈등을 일순간 불식시키며 등장인물들과 관객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됩니다.
옥수수는 조선 시대 중기에 중국에서 전래됐다고 하고, 그 탓에 한자어 ‘옥촉서(玉蜀黍)’에서 ‘옥수수’란 말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구슬 ‘옥’ 자에는 사랑하다, 이루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촉’은 나비의 애벌레를 뜻하고 ‘서’는 술잔이란 의미가 있죠. 애벌레가 나비가 돼 하늘을 훨훨 날듯 모든 사랑과 소망이 이뤄지길, 그리하여 흐뭇한 마음으로 건배하게 되기를!
저성장기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옥수수 같은 희망의 저력을 통해 모든 성장 가능성과 크리에이티브가 ‘팝콘처럼 팡팡 터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제일 매거진 1월호를 독자 여러분들께 드립니다. 올해는 팝콘이 맛있는 ‘명사’가 아니라 행복한 ‘형용사’로 쓰이길 바라며 Happy New Year! 그리고 Popcorn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