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바일스(Rachel Byles) / Head of PR and partnerships, Iris London*
* 아이리스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제일기획의 글로벌 자회사로 벤틀리 등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을 대행하고 있다.

벤틀리가 Iris와 진행한 Bentley x The Surgeon 캠페인. 스니커즈 커스터마이저 도미닉 샴브론(Dominic Ciambrone)과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와 독창적인 벤틀리 플라잉 스퍼 하이브리드(Bentley Flying Spur Hybrid)를 선보였다.
중간 가격대의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은 제품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문제가 있다.
자동차 카테고리 전반의 기본 여건은 탄탄하다. 공학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디자인은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전기차(EV)에 대한 비전은 더 이상 미래의 약속이 아닌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브랜드 중 다수는 대중의 인식 속에서 여전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신뢰를 받지만 화제가 되지는 않는다. 존경은 받지만 문화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브랜드가 주목을 받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러한 괴리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소셜 미디어가 우선시되는 세상에서 관련성은 단순히 존재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에 적극적으로, 일관되게, 의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생겨난다.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브랜드는 뒤처지게 된다.
안주하는 태도가 브랜드의 발목을 잡는다
자동차 브랜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이 업계에 브랜드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오랫동안 존재해온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브랜드가 취해야 할 어조, 전달해야 할 이야기,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를 규정한다.
하지만 종종 이러한 경계를 넘어 ‘카테고리의 틀을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나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신중함은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는 구매 결정에 많은 고려가 필요한 품목이며, 신뢰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계속되면 지나치게 통제된 느낌을 주며 궁극적으로 서로 구별하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제품이 극적으로 진화했음에도, 이를 둘러싼 스토리텔링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에는 해석이 필요하다
업계에는 제품 혁신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눈길을 끌 것이라는 믿음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거의 그렇지 않다.
명확한 문화적 관점이 없다면, 아무리 진보된 혁신이라도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감성적이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비춰지거나, 인상적이지만 감동을 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
모든 브랜드가 비슷한 주장을 펼칠 때, 소비자들은 그 차이점을 식별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공감하기조차 힘들어진다. 많은 브랜드들이 어떤 유대감도 형성하지 못한 채 기능만을 내세우는 함정에 빠진다. 이들은 대화보다 매출 전환을 우선시하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기회를 놓치고 만다.

2015년 런던 패션위크(London Fashion Week SS16)를 기념해 친환경 패션 브랜드 펠더 펠더(Felder Felder)와 협업으로 제작된 BMW i3 ‘플로리다 플라밍고(Florida Flamingo)’ 아트카를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Iris가 에이전시로 참여했다.
단순히 존재함이 아닌, 참여
브랜드는 사람들의 삶에 참여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뒤처질 위험에 처한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이는 전통적인 신차 출시 캠페인이나 미디어 전략을 넘어서는 사고를 의미한다.
이는 브랜드가 문화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이해하고, 그 공간에 자연스럽고 신뢰감 있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BMW, MINI, 벤틀리 모터스(Bentley Motors) 등 다양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진행한 우리의 작업은, 가장 효과적인 순간이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창의성, 혁신, 라이프스타일 등 더 광범위한 영역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순간임을 보여줬다.
MINI와의 과거 협업에서 우리는 성공이 종종 자동차 브랜드로서의 역할만큼이나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했을 때 비롯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MW의 경우, 혁신을 멀게 느껴지거나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진보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프레임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벤틀리는 현대적인 가치와 기대에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럭셔리를 재정의했다.
각 사례에서 공통된 주제는 ‘참여’다. 단순히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존재함’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
대중은 유행을 쫓거나 억지로 관련성을 강조하려는 브랜드를 금방 꿰뚫어본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보다 탄탄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지향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으며, 그 명확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어디에 모습을 드러낼지를 결정한다.
이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경험을 창출하거나, 다른 문화적 관점을 제시하는 파트너와 협업하거나, 제품 그 자체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마케팅의 경계를 벗어나 활동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며, 해당 업계가 역사적으로 정해 온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바로 여기서 ‘용기’가 필요하다.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행동 그 자체로서의 용기 말이다.
그것은 먼저 나서고, 실험하며, 더욱 독창적이고 인간적인 접근 방식이 궁극적으로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것이라고 믿는 의지다.

MINI가 Iris와 함께 진행한 “Not Normal” 캠페인 (2013)은 MINI 브랜드 고유의 독창성과 팬덤 문화를 극대화한 전방위 브랜드 캠페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팬들이 직접 만든 MINI 침대, 오피스 데스크 등 기발한 창작물 이미지를 발굴해 광고에 활용했다.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행동 양식
한 걸음 물러서서 살펴보면, 이 분야의 많은 기본적 행동 양식이 더 이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매우 세련되고 글로벌한 이미지와 메시지. 순전히 제품 출시에만 초점을 맞춘 캠페인. 감정적 공감보다 이성적 설득에 의존하는 태도.
이러한 접근 방식들은 이후 진화한 미디어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일방적인 전달자라기보다는 참여자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진정성과 즉각성, 그리고 브랜드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 이러한 요소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하게 실행된 캠페인이라도 배경 속으로 묻혀버릴 위험이 있다.
극복해야 할 격차
궁극적으로 이는 일관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동차 브랜드가 실제로 얼마나 혁신적이고, 야심차며, 미래 지향적인지와,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사이에는 점점 더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제품을 전면적으로 재창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이 문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게 될지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이다.
브랜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 바로 그것이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카테고리의 관행을 벗어나, 독창적이면서도 관련성 있게 행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업계가 직면한 간단한 과제
자동차 브랜드들은 단순히 ‘현명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을 넘어, 매출 전환을 추구하기 전에 먼저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조심스러움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문화 속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오늘날 주목을 받는 브랜드는 가장 의미 있게 참여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자동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 스토리텔링이 그에 발맞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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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MOTOR TRADE NEWS에 게재된 칼럼을 번역·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원문 링크 : Sensible to surprising: Automotive brands need cultural relev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