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에센(Ben Essen), 아이리스* 최고전략책임자(CSO)
* IRIS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제일기획의 글로벌 자회사로, 잉글랜드 프로 축구 클럽 ‘아스널’의 마케팅을 5년째 대행하고 있다.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캠페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전략은 바로 국경을 초월하고, 화려하며, 수백 개국에서 동시에 거의 동일한 의미를 전달하도록 설계된 ‘공통 분모’ 캠페인이다. 이는 스포츠는 물론 패션이나 기술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현대적 글로벌 브랜드 구축에 적용되는 논리다. 거친 부분을 다듬고, 프리미엄화하며, 세계적인 모델을 영입해, 세계 어디서나 명확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대중적 호소력을 위해 디자인할 때, 본능적으로 특이성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정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도달 범위를 제한하는 걸림돌로 보는 것이다. 이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똑같은 방식을 취하는 다른 모든 브랜드와 구분하기 어려운 캠페인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 기간 동안 이러한 광고들이 사방에 도배되다 보면, 그 획일성은 금세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지난달 아스널이 22년 만에 첫 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 팀을 둘러싼 분위기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전 세계적인 축하 열기는 아스널이 진정한 글로벌 슈퍼 브랜드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브랜드 가치는 10억 파운드를 훌쩍 넘었고, 우승 후 24시간 동안의 상품 매출만 800만 파운드에 달했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둘러싼 서사는 현대 스포츠계의 다른 거대 브랜드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바이에서 덴버까지 무리 없이 통할 수 있는 문화적으로 중성적인 정체성을 채택하기보다는, 북런던의 뿌리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브랜드를 둘러싼 매우 뚜렷한 지역적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러한 지역적 정체성은 150만 명이 북런던에 모여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축구 퍼레이드를 펼쳤을 때 생생하게 드러났다. 참고로, 이는 맨체스터 시티가 역사적인 4관왕을 차지했을 때 맨체스터에서 퍼레이드에 참여한 인원의 약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날 거리 한복판에 서서 나는 사람들이 단순히 영광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클럽이 자신의 출신지에 대한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그곳에 모였던 것이다.
아스널의 지역적 뿌리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접근은 의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었다. 그 중 가장 상징적인 하이라이트는 현대적인 구단 응원가인 ‘North London Forever’의 탄생이었다. 이제 전 세계 팬들이 이즐링턴의 랜드마크를 노래하며 “이 거리는 우리 것”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그 거리를 직접 걸어본 적이 없더라도, 주변 거리와의 연결을 통해 구단에 대한 소속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아스널이 북런던 흑인 커뮤니티의 문화적 삶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통해 드러난다. 2022년, 아스널은 ‘북런던과 자메이카를 고향이라 부르는 이들’을 기리는 자메이카 테마 유니폼을 제작했는데, 이 유니폼은 노팅힐 카니발(축제)에서 즉각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A-COLD-WALL, NTS, Labrum, Maharishi와 같은 떠오르는 런던 디자이너들과의 패션 파트너십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협업은 런던의 거리에서 시작됐을지 모르지만, 전 세계에서 구매되고 주목받고 있다. 아스널의 신뢰도와 ‘쿨함’은 클럽 주변의 지역사회와 매우 구체적으로 연결된 데서 비롯됐다.

* This is Home 캠페인 : 아스널이 지역과 문화, 그리고 팬들의 역사 위에 세워진 특별한 ‘집’이라는 자부심을 담아 진행됐다
지난 5년 동안 아이리스(Iris)의 몇 가지 캠페인이 이러한 여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첫 번째는 ‘This is Home’ 캠페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에게 모두 북런던 사투리를 입힌 캠페인이었다. 한편, 흰색 유니폼이 상징인 칼 범죄 반대 플랫폼 ‘No More Red’는 올해로 5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단순한 ‘네 번째 유니폼’ 기획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이제 북런던에 대한 장기적인 헌신으로 자리 잡았으며, 안전한 공간, 멘토링,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폭력과 칼 범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No More Red 캠페인 : 지역 사회의 청소년 범죄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아 구단의 상징색이자 피를 의미하는 빨간 색을 지운 유니폼을 제작했다.
“당신의 최고의 팬을 위해 창조하세요.”
메노 클루인(Menno Kluin), 아이리스(IRIS) 크리에이티브 총괄
이 부분에서 아스널은 일반적인 모델과 차별화된다. 대부분의 구단,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거친 모서리를 다듬어 규모를 확장하려 한다. 더 많은 유명인 기용, 더 국제적인 세련미, 더 모호하고 화려한 정체성 말이다. 그렇게 나아갈수록 결국 서로 닮아만 간다. 아스널은 ‘자신의 뿌리는 벗어나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위에 더 쌓아 올려야 할 기반’이라는 믿음으로 대체로 흔들리지 않았다.
10년 전 이 ‘지역 기반 확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 아스널의 매출은 두 배로 늘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미건조해지면서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파고들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리스의 크리에이티브 총괄인 메노 클루인(Menno Kluin)은 일련의 창의적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당신의 최고의 팬을 위해 창조하라’는 것이다. 평균적인 관객이나 알고리즘상 이상적인 고객이 아니라, 이미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이를 전파해 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스널이 입증한 창의성의 두 번째 현대적 원칙은, 규모를 확장하는 방법은 ‘상향식(bottom-up)’이라는 것이다. 즉, 여러 커뮤니티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나로 엮어 나가는 것이다. 커뮤니티 활동, 콘텐츠, 패션, 스토리텔링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은다. 그리고 브랜드는 단 한 번의 화려한 계약이나 스타 선수를 통해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 깔린 모든 것—수년 동안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현장에 존재하며, 한 곳에 자금과 관심을 쏟아부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월드컵이 펼쳐지는 동안, 나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 중 어떤 곳이 이러한 접근 방식을 채택할지 주목할 것이다. 일반적인 공통분모를 피하고 특이성을 포용하는 브랜드들 말이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리고, 국경 없는 화려함보다 ‘장소성’을 중시하는 브랜드들 말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자.
* 이 글은 Creativebrief 에 게재된 글을 번역 및 재구성한 글입니다.
* 원문 : Arsenal defines a new blueprint for global sports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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