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이민향 프로 (방유빈 CD팀)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6월, 대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알바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역 기반의 생활 밀착형 플랫폼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알바 구직은 점점 더 가볍고, 빠르고, 동네 단위로 재편되는 추세다.
문제는 그 가벼움 속에 숨은 위험이다. 근로계약서 없이 일을 시작하고, 4대 보험 가입 여부도 모른 채 첫 출근을 하고, 최악의 경우 악덕 업주나 고용 사기를 만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사회 경험이 적은 대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 혹은 의문을 품더라도, “알바는 원래 다 그래!”라는 말로 일축되곤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졌다. “알바, 정말 원래 다 그런 걸까?”

알바, RESPECT를 넘어 RULEMAKER로
알바몬은 오랫동안 “알바를 RESPECT”라는 슬로건 아래 알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을 이어왔다. 이번 캠페인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이번엔 조금 더 선명한 메시지가 필요했다.
알바는 단순한 용돈 벌이가 아니다. 내 시간을 어디에 쓸지, 내 첫 사회 경험을 어디에 맡길지, 나의 다음 가능성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신중해야 할 결정이라면, 그 결정을 돕는 플랫폼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알바몬이 가진 네 가지 USP(Unique Selling Point) — 사업자 기업인증, 근로계약서 작성 필수, 4대 보험 가입 완료, 성희롱 예방 교육 이수 — 를 단순한 기능 나열이 아니라, “내 알바엔 지켜야 할 룰이 있다”라는 대세감 있는 선언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AI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과 전략의 방향이 잡혔지만, 우리에겐 또 하나의 미션이 있었다. 영상 전체를 Generative AI로 제작해야 한다는 것. 업계 전반이 AI 활용법을 탐색하는 지금,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이 실험을 해볼 기회이기도 했다.
허나 캠페인 하나를 통째로 AI로 제작한다는 건, 우리가 해오던 제작 프로세스가 통째로 바뀐다는 뜻이었다. 어떤 비주얼과 스토리가 AI로 가장 잘 구현될지, 아이데이션 단계부터 많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그동안 알바몬은 공감과 위트가 담긴 다양한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하며 유저들과 끈끈한 라포(Rapport)를 형성해왔다. 알바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기 위해 매번 실제 모델과 함께 촬영 현장에서 고군분투해온 우리였다. 이 모든 과정을 AI가 대신한다면 – 그 정서적 가치가 이질감 없이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우리가 택한 답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AI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는 상상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 실제 인물이 아닌 사물의 입을 빌려 ‘알바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는’ 세상의 꼰대적 인식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 편의점 매대를 정리하는 알바생에게 음료수가 말을 건다든지, 카페 선풍기가 훈수를 둔다든지 하는 위트 있는 설정들이 탄생했다. 실사 촬영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그림이지만, AI였기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기술이 채우기 어려운 지점을 사람이 직접 메우는 것이었다. 목소리에 조금 더 생생한 인간미를 담기 위해 실제 성우들과 함께 녹음을 진행했고, ‘똑 부러지는 알바생 목소리’를 찾아 헤매던 와중에 팀의 막내 프로님이 특별 출연하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번 캠페인이 남긴 질문
‘알바에도 룰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제작 과정에서 새로운 룰을 하나씩 배워가야 했다. 어디까지 AI에게 맡길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 — 이번 프로젝트는 그 경계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제작 초반 품었던 질문 — AI가 만든 화면에도 사람의 온도가 담길 수 있을까 — 에 대한 답은, 사실 아직 완전히 내려지지 않았다. 몇몇 장면에서는 기술이 인간의 디테일을 흉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여전히 현장에서 직접 사람을 마주해야만 나올 수 있는 표정과 온도가 있다는 것도 동시에 확인했다. 이 질문은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계속 안고 가야 할 숙제에 가깝다.
완성된 결과물의 완성도를 논하기에 앞서, 이 캠페인은 우리에게 실험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광고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지금, 알바몬 캠페인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직접 부딪혀본 첫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이 실험을 거치며 오히려 더 선명해진 게 하나 있다. 제작 방식이 사람에서 AI로 옮겨가도, 그 화면 너머에서 – 언제나 알바생의 편에 서 있겠다는 알바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이번 캠페인이 진짜로 증명하고 싶었던 룰은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도구가 무엇이든, 알바를 대하는 우리의 진심만큼은 바뀌지 않는다는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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