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손다훈 프로 (비즈니스5팀)

2024년 9월 28일, 숙박 플랫폼 야놀자에 귀여운 ‘숙소’들이 올라왔다, ‘까막딱따구리의 가평 나무숲 구멍 하우스’, ‘반달가슴곰의 지리산 겨울잠 하우스’. 평소 숙박 앱을 이용하듯 제주, 부산과 같은 지역 키워드를 검색하면, 숙소들 사이로 각 지역별 멸종위기 동물들이 업로드한 집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멸종위기 동물들의 집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유저들의 스크롤링을 멈추게 했다.

WWF의 핵심 미션 중 하나인 ‘동물 서식지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함께 기획한 <애니스테이> 캠페인이 처음 아이디어로 나온 지 일년 만에 세상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떤 사연으로 동물들은 숙박 플랫폼에 자신의 집을 업로드하게 되었는지, 또한 캠페인이 구현되기까지 어떠한 노력들이 있었는지 뒷이야기를 풀어 보려 한다.

WWF 광고주의 최초 요청 사항은 한국 지사 탄생 10주년을 맞아,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WWF의 플래그십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WWF의 핵심적인 사업인 ’동물 서식지 보전’에 대해 집중하면서도, 기부 방식에 있어서도 그 대상이 동물들인 만큼 뻔하지 않고 재밌는 방식으로 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젊은 세대의 참여까지 끌어낼 방법을 찾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인사이트를 얻은 것은 외견 관련 없어 보이는 뉴스 하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촉발 당시, 지구촌 사람들이 에어비앤비 예약 후 ’노쇼‘를 통해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게 전달했다는 사례였다. 숙박 플랫폼이 원래의 목적을 넘어, 기부 플랫폼으로까지 활용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결국 WWF가 다루고자 하는 동물들의 ‘서식지’ 또한 결국 우리에게 ‘집’과 사실상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라지는 전국 곳곳의 동물들의 서식지에 대해 이슈레이징하는 데 있어 원래 우리가 숙소를  예약하는 숙박 플랫폼은 최적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면 야놀자 같은 숙박 플랫폼에서 ‘지리산’과 같은 지역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반달가슴곰의 지리산 겨울잠 하우스’와 같은 멸종위기 동물의 집이 나오게 되는 형태였다. 이를 우연히 마주한 유저들은 의외성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랬다. 개별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플랫폼 결제창을 통해 기부금까지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정말 이 프로젝트를 세상에 꺼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단지 광고주만 설득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숙소가 노출될 수 있는 플랫폼을 섭외해야만 성사될 수 있었기에, 애니스테이를 노출해 줄 플랫폼을 찾아 발 벗고 나섰다.

아이디어 낼 때는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이슈들 또한 발생했다. 숙박은 할 수 없는 ‘가상 숙소’의 형태로 업로드가 되었을 때 실제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 그리고 야놀자 플랫폼은 당초 숙박의 목적으로 승인된 것이기에 인앱에서 기부금을 받는 것에 대한 이슈까지. 애니스테이 아이디어는 심플했지만, 이것을 우리가 의도한 대로 사람들도 느끼도록 풀어내는 데 있어서는 끊임없는 조정과 대안의 반복이었다.

‘정말로 가능한 게 맞을까?’라는 고민이 슬슬 들 시점, 몇 달간의 협의 끝에 최종적으로 야놀자를 통해 9월 28일부터 4주간 노출하는 것으로 애니스테이 론칭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야놀자 측은 메인 로고를 통해 캠페인을 전면 노출해 주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기로 이야기하며, 캠페인이 정말 시작된다는 사실에 두근거렸다.

애니스테이 캠페인은 기존의 기부 유도 캠페인과는 결이 달랐다. 2030 유저들이 많은 야놀자 앱 에서 이뤄지는 캠페인이기에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홍보 플랜 또한 이에 맞춰 젊은 세대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궁극적으로는 야놀자 홍보 콘텐츠로 랜딩까지 시킬 수 있도록 홍보 플랜을 수립했다.

우선 영 타깃이 팔로우하여 업데이트를 받는 인스타그램 매거진들에 노출하여, 론칭 초반 이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데이트립 계정을 통해서는 ‘지구에서 가장 보기 드문 숙소 5곳 모음’이란 컨셉으로 우리가 만든 5곳 숙소들을 여행지처럼 소개하는 콘텐츠를 발행했으며, 이를 스토리 아웃 링크를 통해 개별 동물 숙소 페이지로 연결해 영 타깃의 방문을 유도했다.

유튜브 또한 아웃링크 삽입이 된다는 점에서, 애니스테이 연관 콘텐츠를 통해 애니스테이 페이지로 유입시킬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보았다. 음악을 들려주는 플레이리스트 채널 Ode Studio Seoul과 함께 ‘애니멀 하우스에 초대합니다’ 플리(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에 릴리즈했으며, 제일기획 채널일의 고향을 소개하는 ‘연고지’ 콘텐츠의 PPL로 캠페인 후반부 유입 또한 도모했다.

또한 OOH에 있어서도, 올이즈웰의 도움을 받아 NGO의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2030 세대가 몰리는 이태원역 인근에 후킹한 카피와 함께 노출했다. 또 KT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애니스테이 캠페인의 키워드를 산정하여 타깃들에게 가장 노출도가 있을 스팟을 선정하여 버스 쉘터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 년 간 준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좋은 아이디어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제일기획, 광고주, 또 플랫폼까지 모두 이 아이디어가 가진 잠재력을 확실히 믿었던 덕분이었다. 컨셉이 명확하고 한눈에 흥미를 끌 수 있는 아이디어였기에,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협의하는 데 있어 몇 장의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으로 왜 이 프로젝트가 필요한지를 설득시키는 데 충분했다. 사내에서 감사하게도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을 주신 여러 프로님들, 그리고 아이디어의 취지에 공감하여 KT / 올이즈웰 등 자발적으로 큰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많은 접점에서 노출되고, 사랑 받을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으며 프로젝트의 규모가 확장되는 것으로 보며, 역시 좋은 아이디어에는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힘이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좋은 솔루션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 다음 스텝은 그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끝까지 믿고 밀어붙이는 일이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릴리즈까지 수많은 암초를 만나겠지만, 완전히 침몰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요리조리 피해도 가보고, 안되면 깨 보기도 하며 뚫어 가면 된다. 그 믿음이 좋은 아이디어의 추진력이 되어, 세상에 결국 빛을 보게 할 수 있음을 이번 캠페인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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