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_뉴럴웍스랩 대표, 포스텍 겸직교수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란 말보다는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이란 말이 훨씬 더 많이 사용되는 시대다. 세상에서 생기는 거의 모든 데이터가 이미 디지털화됐고, 이제는 어떻게 그 디지털 데이터 또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부가 가치를 올릴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몇 년 사이 스마트폰과 IoT 장비가 널리 보급되며 엄청난 크기의 데이터가 수집됐고, 여기에 딥러닝 학습 알고리즘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며 산업 곳곳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AI 산업,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다
2022년 생성형 AI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AI는 필요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아닌 AI 자체가 산업화되고 있다. 생성형 AI 모델을 내재화한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와 슈퍼 컴퓨팅 인프라를 기본으로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학습하고, 추론과 사고의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더욱 그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또한, 단순한 언어적인 데이터뿐 아니라, 이미지, 오디오, 동영상 같은 멀티 모달(Muti-modal) 데이터로 학습 데이터가 확대되며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거나, 또는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로서 역할을 넘어서 AI 산업 생태계(Ecosystem)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생태계라는 것의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 빅데이터 시대에 AI는 데이터를 읽고 이해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했다. AI 전문 기술자들은 특정 산업 영역에서 수학, 통계, 확률, 신경망 등을 활용해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이 맞는지 검증하고, 검증된 AI 모델을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가 출현하면서 특정 산업을 돕는 도구 역할뿐만 아니라 AI 그 자체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또는 AI 조련사라는 직업이 나오는 등 각 산업 영역에 맞는 세분화된 직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AI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다
생성형 AI 산업은 먼저 생성형 AI 도구를 이용한 콘텐츠 시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쉽게 말해 AI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다. 제품 설명서 같은 텍스트, 광고 음악 같은 사운드, 홍보 포스터 같은 이미지, 혹은 캠페인 광고 같은 영상물일 수도 있다. 이미 이렇게 AI로 생성한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단순히 콘텐츠 제작을 넘어 마케팅 전략, 의료 분석, 제조 프로세스 최적화 등 산업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물이 AI로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로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추론하고 창의력 있는 언어 모델을 가진 챗GPT 서비스 기업인 OpenAI, 생성형 AI 인프라인 GPU를 개발하고 생산하고 AI 모델까지 제공하는 엔비디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위한 생성형 AI 도구를 개발한 어도비 등이 돋보인다. 이러한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101억 달러(13조 원) 시장이었지만, 2030년에는 1,093억 달러(142조 원)까지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뷰리서치 조사 보고 참고)
이미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출처: OpenAI DALL·E 2 공식 홈페이지)
필자가 최근 컨설팅한 업체 중 몇 곳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후, 올해 초에 새워 둔 개발 및 마케팅 디자인 인력 충원을 멈추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코딩 AI 프로그램)을 일종의 개발 동료처럼 사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디자인 담당자들은 미드저니(Midjourney,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나 달리2(DALL·E 2,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 같은 도구를 활용해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물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며, 기존에는 외부 회사에 맡겼던 작업들 역시 직접 만든다고 하는데 이런 변화는 업무 관행을 바꿀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그들이 영위하는 산업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몇몇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대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 주체들과 제조, 생산, 교육 서비스, 의료, 제약, 게임, 엔터테인먼트, 반도체,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생성형 AI가 가져오고 있는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다.
AI가 넘보지 못할 단 하나, 세상을 바꿀 내적 동기
흔히 창의성은 ‘전문적인 지식’, ‘창의적 사고능력’ 그리고 ‘내적 동기’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 중에서 AI는 이미 지식의 양에서 인간을 월등히 앞서며, 사고 능력 역시 알고리즘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AI보다 더 훌륭히 해낼 수 있는 영역은 없는 것일까? 정답은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AI의 창의성은 알고리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환각(Hallucination) 문제도 발생한다. 환각이란, 정보의 부족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AI가 잘못된 답이나 엉뚱한 답을 확신에 차서 내놓는 현상이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 챗GPT가 진짜 있는 일인 양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생성형 AI는 출력물에 대한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AI에게는 내적 동기가 없다. 동기가 없는 창의적 산출물은 인간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 무한한 상상력과 선한 동기를 가진 사람만이 AI가 넘보지 못할 영역을 찾아내 미래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등 세상을 바꿀 기술이 나왔을 때 인간은 이를 이해하고 활용해 혁신을 이루었다. 많은 변화를 겪으며 축적된 지혜를 통해 AI를 이해하고 함께 일할 방법을 익힌다면,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장민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학사, 석사, 박사(기계학습)를 마치고 LG전자 선임연구원 및 신지소프트 연구소장, 더존비즈온 신사업담당, 한컴그룹 기획조정실 상무 및 한컴인터프리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블록체인과 AI 스타트업 빌리빗과 뉴럴웍스랩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포스텍 산학협력단 겸직교수로 학생들에게 AI 및 블록체인 기술 창업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챗GPT 기회를 잡는 사람들’ ‘누구든 시작하라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