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장종철, 최서희 프로

개의 언어, 우린 몸으로 말해요

유전자가 99.6% 일치하는 개와 회색 늑대

반려견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려견 보호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일 것이다. 사실은 우리가 반려견에게 항상 말을 걸듯, 반려견 또한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하지만, 반려견은 주로 몸으로 말해 서로 소통이 안 될 뿐이다. 물론 개도 짖기 등의 음성언어가 있고, 사람도 바디 랭귀지를 쓰지만 서로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반려견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람은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것, 개는 눈으로 보고 몸으로 말하는 것이 1차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특성은 개가 99.6% 일치하는 회색 늑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늑대 같은 무리 동물은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발달해 있다. 늑대는 하울링 같은 음성언어로 원거리 커뮤니케이션도 하지만, 대부분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바디 시그널을 통해 소통한다. 잘 짖지 않는 늑대에 비해 개가 많이 짖는 이유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한 결과라는 학자들의 연구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카톡,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는 펫톡

개와 인간이 함께 한 역사는 3만 년이 넘는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개는 가축에서 가족으로 화려한 신분 상승을 하며 펫팸족(pet+family族),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시대를 맞이한다. 하지만 3만 년의 시간으로도 메꿀 수 없는 개와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 차이는 가족으로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많은 오해와 갈등을 야기한다. 바로 이 지점이 펫톡을 탄생시킨 배경이다. 어떻게 하면 보호자와 반려견이 서로 소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 사이의 견인차(犬人差)를 해소해 불편한 동거에서 행복한 반려 생활로 견인할 수 있을까?

반려견의 몸 언어는 눈에 띄는 큰 동작도 있지만, 눈·귀·얼굴 표정 등 미세한 움직임도 있다. 또한 동작이 빠르고 계속해서 변화하므로 기기가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순간을 포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의 매개로는 마치 톡 하듯이 눈으로 보고 바로 입력할 수 있는 메신저 앱의 형식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 하품을 계속한다면, 보호자는 반려견에게 직접 묻듯이 “왜 자꾸 하품하니?”라고 펫톡 창에 친다(톡한다). 그러면 애니메이션 캐릭터 ‘우리’ 또는 ‘에니’가 등장해 동작과 함께 “지금 불안하고 긴장돼요”라는 의미가 뜬다.

펫톡 사용법(좌에서 우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조언해 준다. 예를 들면 ‘보호자 역시 하품해 주면, 당신의 반려견에게 “내가 보기에 여긴 괜찮아”, “이젠 진정해도 돼” 등의 의미를 건넬 수 있다’고 반려견 관점의 행동 언어를 제안한다. 이처럼 우리와 에니는 가상 세계 속에 있는 당신의 반려견 캐릭터이자, 당신과 반려견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한다.

저는 당신의 AI반려견입니다

펫톡은 AI 기반의 챗봇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펫톡의 데이터셋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질문 데이터와 응답 데이터! 실제 고객들이 만들어 누적되는 데이터는 질문 데이터다. 질문은 펫톡 창에 간단히 “왜 OOO 하니?”라는 형식으로 입력하면 된다. 하지만 같은 동작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질문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왜 자꾸 하품하니?”, “왜 코를 핥으면서 하품하니?”, “왜 혀로 코와 입을 핥으면서 하품을 계속해대니?” 등. 어떤 질문을 하든 동일한 행동 언어라고 판단해 정확히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1차로 개발자들이 기본 질문을 만들어 입력했다. 2차로는 100명의 체험단을 모집해 사전에 준비된 응답 데이터인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며 질문을 생산하게 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펫톡 응답 콘텐츠

응답 데이터는 책이나 온라인 등에 산재해 있는 세상의 모든 행동 언어를 수집해 분석·분류한 후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텍스트 콘텐츠로 만들어 냈다. 기본 행동 언어 외에 행동과 관련된 질병 시그널, 일부 문제 행동, 생활 방식의 변화로 새롭게 등장한 언어, 음성언어 등 총 360여 개의 콘텐츠 중 가장 기본적인 행동 언어 100여 개를 1차로 선정해 영상과 텍스트를 제작했다. 행동 언어별 표준 동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 위해 수천 건의 영상과 사진을 확보한 후, 수의사·반려견 행동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작업해 나갔다. 행동 콘텐츠는 지속해서 확장할 예정이다.

질문 데이터에 응답 데이터가 뜨는 방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질문이 명확하고 단순할 때 바로 뜨는 응답이다. “왜 갑자기 느리게 걷니?”, “왜 눈을 깜빡거리니?”, “왜 다른 개 등에 턱을 올리니?” 등을 물었을 때는 응답 데이터가 바로 뜬다. 두 번째는 질문이 복잡할 때 2단계로 뜨는 응답이다. 예를 들어 꼬리 언어는 높이x긴장도x흔들기 속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펫톡 창에 “왜 꼬리를 내리고 힘을 주고 빠르게 흔드니?”라고 동작을 상세히 질문해도 좋고, “왜 꼬리를 흔드니?”, “왜 꼬리를 내리고 흔드니?”라고 간단히 질문해도 좋다. 이 경우 선택지가 주어지고 원하는 동작을 선택하면 응답 데이터가 뜬다.

견인 사이에 펫톡이 있습니다

펫톡은 펫헬스케어 기업인 우리엔이 최근 런칭한 ‘견인사이’ 앱에 탑재되어 있다. 견인사이란 ‘반려견과 나[犬人] 사이’라는 의미로, 펫 언어, 펫 교육, 펫 헬스 등 반려 생활에 필수적인 펫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앱이다. 펫톡과 견인 사이가 반려견과 보호자의 소통을 돕고 행복한 반려 생활을 견인하는 메신저가 되기를 기원한다.

제일기획 장종철, 최서희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