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신상준 프로 (BE 콘텐츠 10팀장)

문득 2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본다. 맥주가 아닌 ‘코로나’가 뉴스에 오르내리던 2020년 초. 지금은 진부한 이야기지만, ‘COVID-19’가 우리의 생활과 일터에 이렇게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누군가 “뭐 여름쯤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던 것이 딱 2년 전이었다. 그렇다. 괜찮아진 것은 없었다. 많은 행사가 온라인 캠페인으로 전환되었고, 거리두기 속에 감동을 안겨줄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 했다. ‘포스트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2022년, 브랜드 경험 분야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까.

가속화되는 브랜드 경험의 ‘콘텐츠化’

(좌) 팬들을 쌍방향 생중계로 연결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한 갤럭시 언팩 2021 (출처: 삼성전자)
(우) 기아 쏘렌토 온라인 론칭 행사 ‘쏘렌토 톡톡’ (출처: 기아자동차)

COVID-19 시대 브랜드 경험의 가장 두드러진 추세는 ‘오프라인 체험의 콘텐츠화’였다. 많은 사람이 모이기 어려워진 상황상, 기존의 신제품 런칭 캠페인이나 전시회, 소비자 체험 행사 등이 자연스럽게 온라인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올해도 이 흐름은 이어질 전망. 효과적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하는 새로운 영상 표현과 기법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쌍방향성과 소통의 의미를 더하는 다양한 기술적 시도도 지속될 것이며, 라이브커머스나 숏폼, OTT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연결과 확산을 위해 콘텐츠를 신속하게 변주하고 가공하는 요구 또한 높아질 전망. 개인화를 넘어 파편화하는 시대에 맞는 다양한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개인을 배려하는 느낌을 주는 콘텐츠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브랜드 경험 마케터들에게는 갈수록 고민이 많아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으로 체험의 지평을 넓혀라

(좌) XR기술을 적용한 CES 2022 삼성 Keynote Speech (출처: 삼성전자)
(우) 공연 중 거대한 멤버 이미지가 등장해 이목을 끌었던 슈퍼주니어의 온라인 콘서트 (출처: SM엔터테인먼트)

K-POP 등 공연 업계는 유료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을 빠르게 정착시켰다. 팬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모색하며 정보통신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다양한 결합 방안을 선보였다. 유료 온라인 콘서트는 공연의 생동감을 부여하는 다양한 기술로 시각적인 화제가 될 만한 경험을 제공하고, 상당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한편으로는 가상현실 플랫폼 등 소비자와 새롭게 교감하는 접점을 모색해 왔다. 콘텐츠 체험은 아무래도 시각적 경이나 즐거움을 제시하는 측면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다양한 VRㆍMR 등을 통칭하는 XR(Extended Reality) 중심의 시각 효과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특히 패션과 스포츠 브랜드에서 물리적 시공간의 한계를 줄이는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올해도 더욱 강화될 것.

앱 기반의 비대면 캠페인으로 진행된 여성건강을 위한 러닝 페스티벌 ‘핑크런’ (출처: 아모레퍼시픽)

(좌)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갤럭시 팬파티 ‘폴더블 데이’ (출처: 삼성전자)
(우) CES 기간에 맞춰 다양한 신제품을 메타버스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한 삼성전자 ‘My House’ (출처: 삼성전자)

체험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Metaverse)’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020이 가상 세계에 몰입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브랜드는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는 장으로, 새로운 마켓을 만드는 공간으로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어떤 형식으로든 연결고리를 만들거나 소비자 인식의 선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젊은이가 관계를 맺거나 놀 거리를 찾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흥미로운 기술을 넘어 세계관과 행동 양식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지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지형을 바꾸는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와 특별한 경험에 대한 깊은 상상력과 통찰이 중요하다. 이제 메타버스에 단순한 브랜드 체험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올해 브랜드 경험 분야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메타버스 속 브랜드와 고객이 맺을 새로운 관계와 체험의 제시가 될 것이다.

MZ 세대의 ‘경험 소비’ 욕구에 주목하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영원한 과제. 체험 마케팅 분야에서도 그들의 열광을 받기 위한 여러 캠페인이 전개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정판을 활용해 득템의 욕구를 부르는 ‘헝거Hunger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거창한 꿈 대신 지금 여기서 누리는 확실한 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돈을 몰아 쓰고 싶다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포착하는 많은 브랜드의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좌)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젊은이들 (출처: 롯데쇼핑)
(우) 산 입구에서 포대를 받아 정상까지 쓰레기를 주워 오면 한정판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곰표의 플로깅 캠페인 (출처: 대한제분)

역설적으로 MZ세대만의 공익적 가치나 올바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행태도 강화될 것. 하지만 ‘이 브랜드는 올바름을 지향하고, 이 소비는 가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통해 스토리와 내러티브 자본을 쌓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

2022, 과연 포스트 팬데믹의 원년이 될까?

개인들의 체험은 극도로 억눌려 왔다. SNS에서 여행과 힐링에 대한 욕구를 자주 엿볼 수 있고, 기회만 된다면 분출되리라는 걸 쉽게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 가벼운 일탈, 안전한 떠남에 대한 욕구를 브랜드 체험에 연결하는 시도도 전개될 전망이다.

아직은 신중할 수밖에 없으나,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COVID-19의 위험도나 전파력이 다소 낮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는다. 브랜드 경험 분야에서도, 오프라인 행사를 전면 부활시키거나 일부라도 접목할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일부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제기되는 상황. 낙관은 어렵지만, 적어도 온라인 중심의 캠페인에 어떠한 형태로든 오프라인 체험 요소를 도입하려는 니즈가 브랜드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서 커지고 있다. 방역 통제 아래 소규모 단체 활동 또는 온라인 요소와 접목된 하이브리드 형태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한다.

브랜드 체험과 쇼핑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시대. 브랜드 경험 마케터에게는 챙겨야 할 접점과 알아야 할 신기술도 많아지고, 다양한 콘텐츠와 체험의 문법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를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깜짝 놀랄 만한 캠페인이 터져 나오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제일기획 신상준 프로 (BE 콘텐츠 10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