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구독 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타인과 제품을 공동으로 소유해 일부를 지불하는 공유 경제가 큰 반향을 일으키더니, 비대면 일상의 정착으로 타인과의 공유가 아닌, 서비스 경험의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구독 경제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구독 경제 개념을 제기한 주오라(Zurora)는 구독 경제 지표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도 구독 서비스 기업들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북미 지역의 일반 기업 매출은 평균 6% 감소했지만, 구독 서비스 기업 매출은 12% 늘었고, 유럽·중동·아프리카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출처: Zuora Subscription Economy Index. 2020, 6월까지)

구독 경제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유와 신문 배달과 같은 전통적 구독 서비스들이 있었고, 이후 면도기와 세제와 같은 생필품으로 시작해 자동차 같은 고가의 상품까지 확대됐다. 또한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기존의 소비자 주문형에서 나아가 데이터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 배달해 주는 큐레이션 형 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기도 했다.

구독 경제의 본체가 된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은 현 구독 경제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선구자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으로 점철되는 뉴노멀 시대에 주목받는 구독 경제의 특성은 그 효용 가치가 상품이 아닌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 즉 소비자의 경험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험재인 미디어 콘텐츠는 소비자의 경험으로 상품의 진가가 파악되며, 한번 형성된 소비자의 구매 행위는 반복적인 행태를 띈다. 또한 첫 생산에 생산비가 투입되고, 그 다음부터는 복제 비용만이 추가된다. 한계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효용이 있는 한 죽지 않는 비 소모성을 띈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미디어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낮은 구독료로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더불어 비대면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적의 소비자 경험이 이뤄진다는 점도 미디어 콘텐츠 구독 경제에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플랫폼 내 형성되는 소비자 경험은 데이터로 축적되고 분석되어, 즉각적으로 고객의 취향과 선호가 반영된 최적화 경험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한 맞춤 서비스

이와 같은 이유로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는 구독 경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 예가 바로 ‘넷플릭스(Netflix)’다. 2019년 300만 명의 구독자 수에 머물렀던 ‘넷플릭스’는 2020년 구독자 수 1억 9,500만 명을 보유하며, 구독 경제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른바 넷플릭스 모델로 불리는 미디어 산업의 구독 경제 서비스들은 클라우드 기반 형의 소프트웨어와 게임을 비롯해 음원 서비스, 만화(웹툰), E북 콘텐츠 등 그 분야를 다양화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반의 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술도 단연코 선도적이다.

‘넷플릭스’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커버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능까지 활용하는 등 개별 가입자 맞춤 시스템과 콘텐츠 제작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 역시 빅데이터로 이용자의 기호와 감정을 파악한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한다. 즉, 플랫폼에 기록된 소비자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경험을 만드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다시 지속 가능한 소비자의 경험을 이끌어낸다.


사용자마다 다르게 보여지는 넷플릭스 콘텐츠 커버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블로그)

더 많이, 더 오래, 습관적 몰입 만들기 프로젝트

구독 경제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소유 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는 밀레니얼-Z 세대의 스마트한 인식 전환도 있었다. ‘이용 한 만큼’의 비용 지불로 이뤄지는 구독 경제의 성공 열쇠는 먼저 경험을 하도록 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계속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디어 콘텐츠 구독 경제에는 앞서 서술한 콘텐츠 상품의 특성으로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원칙도 추가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디어 시장 내 구독 서비스들은 ‘많은’ 사람들이 ‘오래’ 이용할 수 있도록 선(先) 무료 체험, 후(後) 자동 결제 방식을 택하거나 혹은 제한적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 후 구독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장한다.

그 예로 세계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는 무료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후, 불편함을 끼워 넣어 구독자 전체의 50% 수준을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켰다. 물론 여기에 소비자 ‘록인(Lock-in)’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 수많은 구독자 전용 콘텐츠와 독점 제공(exclusive) 콘텐츠, 기회비용을 따질 시간조차 주지 않는 자동 결제 가입은 필수적 장치다. 즉, 합리적 소비라는 미끼로 가능한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일정 기간 최상의 소비자 경험을 느끼게 해 이용의 습관을 형성하도록 한 다음에, 결제를 중단할 경우 경험의 상실로 오히려 손해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결국 구독 경제의 성공 핵심은 소비 습관화 혹은 중독화 만들기 전략에 있다 하겠다.


(출처 : 스포티파이)

광고에서 구독으로, 콘텐츠 서비스의 수익 모델 변신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다수의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은 유료 구독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유튜브는 광고 모델과 구독 모델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병행하고 있으며, 애플은 구독 서비스 ‘애플 원’을 운영해 저렴한 비용으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무제한 제공한다. 그동안 공짜 콘텐츠 인식이 높았던 웹툰 서비스도 ‘미리 보기’와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의 부분 유료 결제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다.

유료 콘텐츠에 인색했던 소비자들도 점차 콘텐츠 지출 비용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구독 서비스 확장에 힘을 실어준다. 제일기획 ACR 조사에 의하면(16-59 대상, 2020. 5월), OTT 서비스 가입 경험은 66%였고 넷플릭스 가입자는 43%에 이른다. 또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는 16%였는데, 이중 78%가 구독 이유로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라고 답했고, 이들 구독자의 월평균 콘텐츠 지불 금액은 3만 6천 원 정도로, 미 구독자의 2배 수준이었다.

광고도 소비자를 위한 콘텐츠다

이러한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들의 구독 경제화에 긴장해야 하는 것은 광고 산업이다. 소비자의 눈과 귀가 전처럼 흔하지 않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플랫폼도 자사의 서비스 환경을 망치는 광고를 원치 않을 것이고, 소비자 역시 광고가 난무하는 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꺼려 한다. 아마도 광고를 필요로 하는 곳은 소비자들이 지불할 가치가 없는 콘텐츠가 존재하는 곳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광고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구독 경제의 핵심은 소비자의 필요와 소비 패턴을 파악해 소비 습관을 형성, 유지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많은 콘텐츠 플랫폼들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혹은 ‘필요로 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경험을 지속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축적하며 분석한다. 광고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광고가 콘텐츠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에 최적의 경험을 형성하고 그 경험을 확장시키는 ‘또 하나’의 콘텐츠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광고야말로 소비자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 지,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필요한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지 제시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제일기획 이혜미 프로 (미디어 퍼포먼스 3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