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방유빈 C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거킹에서 해산물 냄새가?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씨푸드 버거
버거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직화로 구운 와퍼 특유의 그릴드 비프 패티와 강렬한 불맛이 단연 독보적인 시그니처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버거킹의 신메뉴 라인업에서 해산물은 유독 보기 힘든 재료였다.
하지만 약 10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던 ‘통새우와퍼’는 큰 히트를 기록하며 버거킹의 대표 씨푸드 라인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번 신제품은 그 이후 정말 오랜만에 버거킹이 야심 차게 내놓은 씨푸드 버거였기에 기획 단계부터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 제품 테스트 시식을 위해 버거킹 본사를 방문했을 때 맛본 ‘보일링 씨푸드 버거’의 첫인상은 ‘이국적인 감칠맛’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이유는 바로 제품 컨셉에서 알아챌 수 있다. ‘보일링 씨푸드(Boiling Seafood)’는 미국 루이지애나 지역의 어부들이 즐겨 먹던 미국 남부식 해물찜이다. 다양한 해산물과 옥수수, 감자 등을 함께 쪄낸 뒤 매콤한 케이준 양념에 버무려 먹는 요리다. 직접 먹어본 적은 없더라도, 테이블 위에 비닐을 깔고 해산물을 잔뜩 쏟아놓은 채 비닐장갑을 끼고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서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맛도 비주얼도 이색적인 이 요리를 과연 버거로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했는데, 한 입 베어 문 순간 의문은 곧바로 감탄으로 바뀌었다. “어? 진짜 보일링 씨푸드 맛인데?” 바삭한 패티로 해산물과 감자, 옥수수의 식감을 살렸고, 매콤한 소스에 갈릭페퍼 쉬림프, 비프 패티까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감칠맛이 폭발했다.

언어유희는 ‘기세’다
이 새롭고 이색적인 맛을 어떻게 하면 가장 버거킹답고, 재미있고, 돌출도 있게 소비자에게 알릴 것인가? 우리는 가장 먼저 ‘루이지애나 어부가 즐겨 먹던 미국 남부식 해물찜’이라는 이국적인 맛을 시각화하기 위해, ‘미국 남부’를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무드의 이미지들을 펼쳐놓고 아이데이션을 이어갔다.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계속 맴돌았다. ‘보일링 씨푸드’라는 요리 자체가 국내 대중에게 아주 익숙한 메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미국식 해물찜, 튀김 패티, 매콤한 맛…’ 등 워낙 다양한 키워드로 해석될 수 있다 보니 중심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누군가 이야기했다. “루이지애나 어부, 루이지애나 어부, 루이지애나 어부…”를 주문처럼 반복하다 보니 묘하게 “이거 ‘유해진이란 어부’로 들리지 않나요?”
때로는 의식의 흐름대로 툭 던져진 한마디, 가장 비논리적인 아이디어가 가장 신선한 솔루션이 되기도 한다. 이 뜬금없지만 기세 넘치는 언어유희에 처음에는 웃고 넘겼지만, 머릿속에서 잔상이 떠나지 않았다. ‘루이지애나 어부, 루이지애나 어부, 유해진이란 어부…?’

설명할 수 없어도 모두가 직관적으로 ‘좋은 크리에이티브’라고 느낀다면 논리는 저절로 따라붙기 마련이다. 처음엔 웃자고 시작한 이야기에 살이 붙으며 점차 현실적인 기획으로 구체화했다. 평소 낚시를 좋아하고 예능을 통해 ‘참바다’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유해진 씨였기에 씨푸드 컨셉의 명분이 확실했다. 때마침 그가 영화로 대상을 받은 직후였기에 시기적으로도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루이지애나 어부’가 ‘유해진이란 어부’로 들리는 스토리를 날것 그대로 담아 콘티를 완성했다. 우리의 의도는 명확했다. 대중에게 친근한 국민 배우 유해진을 루이지애나 어부의 와일드하고 터프한 비주얼로 전격 변신시키는 것. 그 반전의 임팩트로 미국 남부의 이색적인 맛을 강렬하게 각인시키고자 했다.
광고주분들도 유해진, 참바다, 루이지애나 어부를 절묘하게 연결한 서사를 가장 좋아해 주셨고, 기획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되어 곧바로 촬영 단계로 넘어갔다.
국민 배우의 연기를 직관하다
촬영 전 마지막 관문은 배우 유해진 씨의 최종 승낙이었다. 다행히 광고의 캐릭터와 컨셉을 마음에 들어하셨고, 콘티도 유쾌하게 수용해 주셨다. 마침내 모델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을 때 “이제 됐다!”라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무엇보다도 이 아이디어는 ‘유해진’이라는 인물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압도적인 연기력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쉬운 촬영은 없다. ‘루이지애나 어부’를 찍기 위해 진짜 미국 남부 바다로 날아갈 수는 없었다. 대신 그물로 씨푸드를 거칠게 건져 올리는 어부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출하기 위해, 실제 어선 한 척을 세트장 한가운데로 그대로 옮겨 놓았다.

버거킹 매장 신과 외곽 세트장을 오가며 하루 만에 씨즐(Sizzle) 촬영까지 모두 끝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기에 현장은 온종일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유해진 씨는 역시 베테랑이었다. 모든 컷을 단 한두 번의 테이크 만에 오케이 컷으로 만들어내며 현장 스태프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위트 있는 애드리브, 난이도 높은 액션까지 적극적으로 소화해 주신 덕분에 다행히도 촬영에 속도가 붙었다.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였다. 장비 세팅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때도 대기실로 들어가는 대신, 현장에 남아 스태프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리드했다. 특히 우리 팀에 합류한 지 갓 한 달이 된 신입 사원에게 인생 선배로서의 꿀팁(?)과 함께 친필 사인을 건네는 훈훈한 모습도 보여주셨다. 아마 그 신입 사원에게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광고 인생 첫 페이지가 되었을 것이다.
배우분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나면 그 이후부터 현장은 또 다른 버거 촬영의 하이라이트이자 관문, 씨즐과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보일링 씨푸드 버거는 비프 패티 위에 보일링 씨푸드 패티가 얹어지고, 그 위에 통새우들이 안착하는 ‘3단계 빌드업’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했기에 난이도가 상당했다. 패티와 새우 4마리를 정확한 순서, 박자, 위치에 맞춰 완벽하게 떨어뜨리기 위해 새벽 4시가 넘도록 “한 번 더!”를 외쳤던 감독님과 PD님, 그리고 모든 스태프의 집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씨푸드도 ‘버거킹’이 ‘킹’이여
촬영을 모두 마친 뒤 남겨진 과제는 텅 빈 크로마키 배경을 리얼한 루이지애나의 바다로 재탄생시키는 것. 이 과정에서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특유의 색감과 햇살, 미국 남부 바다 고유의 톤을 살려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정교한 터치가 필요했다.
‘버거킹 광고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전과 유머를 주더라도 브랜드 특유의 프리미엄한 무드를 잃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다. 자칫 국내 앞바다의 어촌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도록, 버거킹만의 고급스러운 톤앤매너를 지키며 완벽한 ‘루이지애나 바다’ 느낌을 위해 수많은 컬러 그레이딩 작업을 반복했다.

마지막 녹음실 사운드 작업에서 유해진 씨는 목소리 연기로 다시 한번 화룡점정을 찍어주셨다. 광고의 맛을 살리는 다채로운 톤의 애드리브를 쏟아내며 함께 고민해 주신 덕분에 녹음실 안은 또 한 번 감탄과 박수로 가득 찼다.

이번 캠페인을 준비하며 영상 광고뿐만 아니라 씨푸드 컨셉에 걸맞게 대한민국 대표 수산시장이 있는 노량진 매장 외관을 실제 그물로 맵핑하는 옥외광고도 집행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온에어 된 광고 속 유해진 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치열했던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린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의 열정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감사하게도 제품 출시 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예상 수치를 훨씬 웃도는 판매량 덕분에 씨푸드 원재료 수급이 부족해 잠시 품절까지 예상된다는 기쁜 비명이 들려온다. 10년 전 통새우와퍼 출시 당시에도 ‘일시 품절’ 안내 포스터를 제작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광고회사 제작자로서 이보다 더 뿌듯한 보상이 있을까?
그러니 아직 보일링 씨푸드 버거의 이국적이고 꽉 찬 감칠맛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솔드아웃 포스터가 붙기 전에 서둘러 버거킹 매장으로 향하길 권한다. ‘유해진이란 어부’, 아니 ‘루이지애나 어부’가 즐겨 먹던 그 맛을 통째로 담았는지, 과연 천만버거를 바라볼 수 있을지 직접 입으로 확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