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매거진 편집팀
세계 곳곳의 엉뚱한 트렌드에는 늘 오늘을 사는 소비자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제일문물단>은 술집에서 지식을 나누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강연 문화와, 커리어 중간에 잠시 숨 고르기를 택한 미국과 유럽 2030 세대의 ‘마이크로 은퇴’ 실험을 소개합니다.
문물 1. 맥주와 함께 듣는 지식 강연, ‘렉처스 온 탭’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의 바에선 요즘 ‘랙쳐스 온 탭'(술집에서의 강의, Lectures on Tap)이라는 이색 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술집에서 맥주나 칵테일을 즐기며 과학, 역사, 철학, 심리학 등 흥미로운 주제의 강연을 듣는 방식인데요. 최근 다뤄진 주제만 봐도 ‘웃음의 과학’, ‘AI 시대 데이터 활용법’, ‘외계 행성의 날씨’ 등 부담 없고 재밌는 주제가 많습니다.

술집에서 열리는 교양 강의, 렉처스 온 탭(출처: 렉처스 온 탭 웹사이트)
이 강연 시리즈는 매달 수십 개가 열리는데, 티켓이 공개되면 2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습니다. 강연자는 교수나 전문가에 한정되지 않고, 스토리텔러나 크리에이터도 무대에 올라와 다양한 내용을 나눕니다. 형식은 간단합니다. 20분간 사교 시간이 주어진 뒤 40분간 강연이 이어지고, 이후 Q&A가 곁들여지죠. 짧고 흥미로운 강연에 술 한잔이 어우러지면서 취향 맞는 이들의 대화의 장으로 이어집니다.
러닝 크루가 단순히 운동을 넘어 또래들과 어울리는 소셜의 장이 된 것처럼, ‘렉처스 온 탭’ 역시 지식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많은 운동화 브랜드가 러닝 커뮤니티를 운영하듯, 지적 취향과 네트워크의 결합 역시 브랜드의 경험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물 2. 커리어 중간에 끼워 넣는 작은 은퇴, ‘마이크로 은퇴’
은퇴라고 하면 흔히 일터와의 영원한 이별을 떠올리지만, 요즘 미국과 유럽 2030 세대 사이에선 조금 다른 형태의 ‘신종 은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번아웃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른 ‘마이크로 은퇴(Micro-retirement)’죠. 평생 일하다 마지막에 은퇴하는 대신, 커리어 중간중간 몇 주에서 몇 달씩 시간을 내어 여행·취미·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마이크로 은퇴 트렌드엔 노년으로 모든 걸 미루기보다 젊고 건강할 때 삶을 즐기자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는 “3년 일하고 1년 여행하기”처럼 장기적 패턴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으며,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의 마이크로 은퇴 경험담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 은퇴를 경험한 이들은 직장과 떨어져 재충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에너지와 창의성을 얻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직은 취업과 이직, 퇴사가 잦은 서구권에서 더 나타나는 흐름이며, 심지어 현지에서도 경력 단절 등 현실적 리스크가 대두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 은퇴를 추구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점은 딱딱한 조직 문화를 거부하는 청년이 느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청년 세대와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기업들이 장기 휴식이 아니라도 안식월 등 짧은 리프레시 제도를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