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김덕진 소장
인터넷의 등장은 인간의 지식 탐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전통적으로 지식과 정보는 도서관, 백과사전, 전문가 집단 등 한정된 경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 엔진의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무한히 증식하는 데이터 자원에 손쉽게 닿을 수 있게 되었다. 구글, 네이버, 빙(Bing) 등 검색 엔진은 인류의 기억 장치로 자리매김하며, 궁금한 점이 떠오를 때마다 타이핑을 통해 신속히 해결책을 찾는 문화적 습관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뉴노멀’이 부상하고 있다. 바로 ‘AI 검색’의 시대다. 과거의 검색은 사용자가 문장을 축약한 키워드를 엔진에 입력하고, 엔진은 인덱싱과 랭킹을 통해 결과 페이지를 나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AI 기반의 새로운 검색 패러다임은 단순히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나아가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결과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즉, 단순한 링크의 나열이 아닌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질문(ASK)을 이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자를 대신해 특정 업무를 실행(ACTION)하는 ‘지능형 에이전트(Intelligent Agent)’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등장한 퍼플렉시티(Perplexity), 서치GPT(SearchGPT), 젠스파크(Genspark) 등은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서비스는 단순 정보 검색에서 벗어나, 사용자와 대화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는 관련 온라인 서비스와 연동해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용자에게 적합한 행동(예약, 구매, 작업 실행)을 제안하기도 한다. 음성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기존 검색의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것으로 보이며, 각종 AI 검색 서비스들이 그리는 미래는 우리에게 자비스와 같은 AI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AI 검색을 가능케 하는 기술, 이해와 예측
AI 검색의 핵심은 ‘이해(Understanding)’와 ‘예측(Prediction)’이다. 단순한 키워드 매칭을 넘어, 검색 엔진은 사용자의 언어적 표현 속에 내포된 의미를 파악하고, 개개인의 사용 이력, 위치 정보, 관심사, 과거 행동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결과를 찾아낸다. 또한 텍스트 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의 다양한 데이터 형태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어, 사용자 질의가 텍스트 외부에 있더라도 맥락을 유기적으로 파악한다.
네이버가 만든 AI 검색 큐:(cue:) (출처 큐: 홈페이지)
기존 검색은 사용자의 질의가 명확한 키워드를 포함하지 않으면 적절한 결과를 제시하기 어려웠다. 반면 AI 검색은 질문 속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한다. 이른바 ‘맥락 이해(Contextual Understanding)’을 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어처리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것으로, AI는 인간의 언어적 뉘앙스나 함의를 인식할 수 있으며, 동일한 단어나 표현이라도 문맥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대규모의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이해하게 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발전이 이를 가능케 하였다.
이를 잘 볼 수 있는 것이 퍼플렉시티나 네이버 ‘큐: (cue:)’와 같은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큐:에 “설날에 만들 수 있는 잡채 레시피 알려줘. 필요한 재료도 함께 구매할게” 라고 검색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 네이버 검색이나 구글 검색에서는 잡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네이버 큐:는 우리가 찾으려는 정보에 대해 단계별로 접근한다.
해당 텍스트와 관련된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구글 검색
가장 먼저 내가 준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검색엔진에 입력할지 고민한 뒤 문장을 그대로 검색엔진에 넣는 것이 아니라 ‘설날 잡채 레시피’ ‘설날 잡채 재료’와 같이 검색엔진이 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키워드를 구성한 뒤 여러 번 네이버 검색엔진에 질문하게 된다.
이후 검색된 결과들을 바탕으로 답변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기본적으로 네이버 검색 결과를 기준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보고 작성한 것인지에 대한 출처와 참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정보에 대한 검증이 가능한 것도 AI 검색의 특징이다. 이어서 큐:가 잡채를 만들기 위한 레시피와 함께 네이버 아이디에 등록된 여러분의 주소를 기준으로 주문 가능한 장보기 상품을 보여주고,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장보기 서비스와 연동하여 바로 주문할 수 있게 해 준다. 네이버의 서비스 내에 있는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연동시켜 보여준다.
요청한 내용을 이해해 여러 단계를 거쳐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AI 검색 네이버 큐:(cue:)
이처럼 우리가 질문을 하면, 1단계로 멀티 스텝 추론(Multi-Step Reasoning)을 통해 네이버의 서비스들을 어떻게 사용하여 검색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계획하고(Planning), 2단계로 네이버의 서비스들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수립된 검색 계획을 수행한 뒤(Tool Usage), 검색된 결과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한다(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이렇게 추론 과정을 보여주기에, 우리는 큐:가 어떤 이유로 해당 답변을 제공하는지 논리의 흐름을 명확히 알 수 있고, 함께 나온 참고 정보와 후속 질문 등을 통해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퍼플렉시티 역시 같은 절차를 거친다. 단 네이버 큐:가 네이버 데이터를 중심으로 답변을 하는 데에 비해 퍼플렉시티는 인터넷 전반의 검색 결과를 가져와 정리를 해준다. 자체적인 부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양한 파트너십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쇼핑 관련 정보는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와 연동하여 쇼핑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젠스파크는 AI가 스스로 AI의 답변을 검증하고 증명하는 프로세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깊이 있는 리서치를 할 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 대신, 나처럼 일해주는 똑똑한 AI 조수
AI는 사용자 대신 특정 업무를 실행하는 지능형 에이전트로 진화할 것으로도 예측된다. AI 에이전트는 쉽게 설명하면, 나 대신에 나의 상황과 환경을 알고 일을 해주는 대리인이다. 단순한 반복 작업부터 복잡한 의사결정까지, 우리가 정해준 다양한 일을 도와주고 대신해 주는 ‘똑똑한 AI 조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픈AI의 음성 관련 AI 에이전트 시연 영상을 보면, AI가 소비자로서 대신 음식을 주문도 하고 배달을 요청하고, 지불 수단도 알아서 결정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400명 정도 모이는 개발자 회의를 하는데, 간식을 주문하고 싶어. 근처에 괜찮은 가게가 있을까?”라는 요청에 AI 에이전트가 회의장 근처의 간식 가게를 여러 개 추천해 준다. 어떤 메뉴를 파는 가게인지 더 설명해 달라고 하면, 가게 사진과 함께 주소, 인기 있는 메뉴도 알려준다.
시연자가 그 중 마음에 드는 가게를 골라서 주문을 해달라고 한다. “초콜릿 코팅 딸기 400개를 행사장까지 배달해 달라고 해줘. 전체 가격은 1,500달러 이하로 주문해야 해.”
오픈AI의 음성 AI 에이전시 시연(출처: 오픈AI 시연 영상)
이제 다음은 AI 에이전트가 가게에 직접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스낵 가게인가요? 저는 로만 씨의 AI 비서예요.” 점원이 전화를 받아서 가게에서 주문 가능한 메뉴들을 알려줍니다. 그럼 AI 비서는 내가 지시한 것을 기억했다가 이렇게 말한다. “초콜릿 코팅 딸기 400개를 주문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참, 결제는 현금으로 할게요.”
결제 수단은 말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현금 결제를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점원이 주문을 확인하고 알겠다고 하자, 이런 것도 질문한다. “배달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배달 예상 시간을 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물어보는 걸 보니 기특하다. 점원이 예상 시간을 말하면 마무리 인사까지 예의 있게 마친다. “엄청 빠르네요! 고마워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러한 변화는 PC나 스마트폰 안에서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IoT(사물 인터넷) 디바이스에 AI가 탑재되면 무궁무진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메타(구 페이스북)의 레이밴 선글라스이다. 파리에 여행을 가서 AI와 카메라가 달린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에펠탑을 보면서 “헤이 메타, 저게 뭐야?”라고 묻는다면,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에펠탑에 대한 설명을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선글라스 옆에 붙은 카메라가 화면을 인지하고 음성으로 이야기하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다양한 AR이나 VR 기기들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모든 디바이스에 다양한 형태로 AI 기반의 검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인 AI 검색의 미래, 개인화
기존 검색 엔진도 사용자의 위치 정보나 간단한 검색 이력 정도는 반영했지만, 이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AI 검색은 한층 정교한 개인화를 구현한다. 사용자의 관심사, 과거의 검색 패턴, 소비 행동, 웹상의 활동 이력, SNS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지금 이 순간, 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재작년에 유럽 여행 갔을 때 친구랑 무슨 폭포 같은 데서 찍은 사진 있는데 찾아줄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AI 검색은 ‘재작년(2년 전)’, ‘유럽 여행’,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폭포’라는 핵심 키워드 뿐 아니라 사용자의 사진 앨범, 위치 태그, 촬영 시점, 사진 속 사물 인식(폭포 이미지 인식)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해당 사진을 정확히 찾아내는 식이다. 클라우드와 모바일, PC 등을 통해 우리의 개인 데이터에 접근하고 분석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MS와 구글, 애플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이며 2025년에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스마트폰 내에 있는 다양한 앱들과 결합되기 시작한다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까? 스마트폰 내의 개인정보를 잘 알고 있는 AI가, 스마트폰 내에 있는 다양한 앱들을 함께 실행해서 구동할 수 있다면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 급한 업무 중 어머니가 “공항에 도착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제가 애플 인텔리전스에게 “택시를 보내줘”라고 말하면 끝이다. 무슨 의미일까? 스마트폰은 기존의 어머니와 나의 문자 대화를 통해서, 어머니가 일본 여행을 갔다가 지금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맥락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택시를 보내 달라’고 했을 때, 제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카카오 택시 앱을 실행해서 출발지를 김포공항으로 설정하고 목적지는 어머니의 아파트로 설정해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말 한마디면 어머니를 편하게 집까지 보내 드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어머니는 도착한 택시에 탑승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택시 보내줘”라는 간단한 명령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 이것이 바로 개인 데이터가 다른 앱과 연결되었을 때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위력일 것이다.
개인화되는 AI 검색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제공하는 새로운 시작의 단초가 될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허들도 많다. 개인정보 이슈, 비즈니스 모델 진화에 따른 광고모델 변화, 개인 콘텐츠에 대한 수익보장이슈 등 다양한 고민거리들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시작되고 무소불위할 줄 알았던 전통적인 구글 검색 독점시대가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관점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검색은 인터넷의 탄생 이래로 우리의 삶을 뒤바꾼 핵심 기술이다. 이제 AI 검색은 그 검색 행위의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로, 사용자들은 검색을 통해 단순히 정보를 찾아내는 것 이상의 경험 즉, 맥락 이해, 개인화된 제안, 대화형 상호작용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던 시대에서, AI에 상황을 설명하고 요구사항을 말하기만 하면, AI가 알아서 답변하고 조치를 취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검색의 뉴노멀, 즉 AI 검색의 일상화는 정보 혁신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자, 우리 사회가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보 활용을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필수 요소다. 더 이상 검색은 특정 웹사이트나 앱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생활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결정 과정을 돕는 디지털 파트너로 거듭날 것이다.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김덕진 소장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AI3의 CSO(최고전략책임자)이다. 세종사이버대 컴퓨터AI공학과 교수로서 AI교육센터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겸임교수로 뉴미디어와 AI, 빅데이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복잡한 IT 기술과 비즈니스 구조를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를 만들었고, ‘IT커뮤니케이터’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IT를 좀더 친숙하게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문화·비즈니스 등 여러 맥락과 함께 독해하여 전달하는 데 능하며, 다양한 공중파 뉴스와 라디오 등에서 10년 이상 전문 패널로서 활동하며 IT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저서로 <AI 2025 트렌드&활용백과> <챗봇 2025> <AI2024 트렌드&활용백과> <인간이 지워진다> <AI로 세상 읽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