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윤종영 교수

서양미술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은 아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저서 “서양 미술사”일 것이다. 서양미술사의 고전으로 남은 이 책은 예술 작품의 변화와 발전을 단순한 연대순으로 기술하기보다는,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곰브리치는 예술이 인간의 관찰과 모방에서 시작하여 점차 추상과 창조로 발전해 간다고 설명한다. 즉, 눈으로 본 세상을 따라 그리는 수준에서, 점차 머릿속으로 그려낸 개념까지 표현할 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곰브리치의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OpenAI가 최근 발표한 동영상 제작 인공지능(AI) 모델 ‘소라(Sora)’는 기술 혁신이 예술의 진화를 어떻게 형상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현대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창조적인 재해석과 새로운 형태의 창출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광고 산업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SORA로 제작한, 눈밭에서 뛰어노는 새끼 리트리버 영상. (출처 : OpenAI 홈페이지)

그리 길지 않은 동영상 생성 AI의 역사

텍스트 기반 동영상 생성 AI 기술은 2023년을 기점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과거에도 이미지 및 영상 클립 등을 활용하는 단순한 영상 생성은 가능했으나, 완전한 생성 기술은 아니었다. 또한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이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2023년 2월 Runway의 젠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동영상을 생성하는 첫 상용화 제품으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었고, Pika 등 경쟁 제품들도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AnimateDiff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도 나왔으며, 하반기 들어 메타의 Emu, 구글의 VideoPoet와 Lumiere, Stability AI의 Stable Video 등 주요 기업들의 동영상 생성 AI가 연이어 발표되며 경쟁이 가열되었다. 또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 역시 관련 기술을 공개하며 이에 가세하였다.

초기에는 동영상의 품질이 낮고 엉뚱한 장면이 생성되는 등 한계가 있었으나, 불과 1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빠르게 발전해 최근엔 고화질 동영상 생성도 가능해졌으며,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고급 편집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이와 더불어 OpenAI는 2024년 2월 소라를 발표하여 현재 최고 수준의 동영상 생성 AI로 평가받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SORA로 제작한, 도쿄의 밤거리를 스타일리시한 여성이 걸어 다니는 영상. (출처 : OpenAI 홈페이지)

AI는 광고 제작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이다

‘소라’와 같은 동영상 생성 AI는 사용자가 제시한 텍스트 프롬프트에 기반하여 고품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생성하는데, 예를 들어, “사이버펑크 환경에서 로봇의 삶을 그린 단편 영화”라는 프롬프트를 통해 로봇이 주인공인 SF 영화 장면과 같은 영상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전통적인 영상 제작 방식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며, 광고 산업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고 산업에서 예상되는 주요 변화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SORA로 제작한 영상 모음 (출처 : Open AI)

1.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쉽게 예상 가능하듯, AI를 통한 동영상 제작은 전통적인 제작 방식보다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배우, 촬영 장소, 촬영 장비 등을 실제로 준비할 필요 없이 영상을 제작할 수 있기에 실질적인 광고 제작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또한 다양한 영상 스타일과 효과를 적용하여 빠르고 손쉽게 광고 영상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2. 고도의 맞춤형 광고 제작:

AI는 나이, 성별, 관심사 등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와 선호도에 따라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여, 고객의 참여도를 높이고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같은 제품 같은 스토리의 광고라도 시청자에 따라 모델이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SORA로 제작한,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영상. (출처 : OpenAI 홈페이지)

3. 창의적 실험의 확대

단순히 제작 효율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쉽게 실험해 볼 수 있기에 AI는 광고 제작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화장품 광고를 SF 영화처럼 만들어 볼까?” “모델 1000명 등장하는 운동화 광고는 어떨까?” 다양한 시나리오와 시각적 요소를 실험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광고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광고 디자인과 내러티브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술 장벽이 낮아지며 창의성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SORA로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 영상. (출처 : OpenAI 홈페이지)

동영상 생성 AI의 명과 암

시장 분석가들은 AI가 광고 산업에 가져올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맥킨지(McKinsey) 보고서 ‘AI는 어떻게 소비자 마케팅을 강화할 것인가?(How generative AI can boost consumer marketing)’에 따르면, AI 기술의 도입은 차세대 광고 캠페인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현저히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및 처리 능력은 광고 캠페인의 ROI를 최적화하고, 더 정교한 타겟팅을 가능하게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창의적 감각과 감성을 완벽히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생성형 AI의 결과물은 잘못된 것이 나오기도 하고, 제대로 한 번에 나오지 않아 여러 번 시도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등 제약도 많다.

게다가 저작권과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규제의 문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AI 기술은 불과 몇달 또는 며칠 전까지는 안되었거나 어설프게 보였던 결과물들을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생성의 시대, AI는 창작 활동의 파트너

동영상 생성형 AI ‘소라’는 광고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잠재력이 있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소비자 개개인에 맞춘 광고를 가능하게 하여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상을 구현하고, 예술적 표현의 경계를 허물며 창작가의 개인적 능력과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SORA로 제작한, 구름 속에서 책 읽는 남자 영상. (출처 : OpenAI 홈페이지)

그러나 AI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때때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경향을 보이며, 인간 본연의 감성과 뉘앙스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AI의 감성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창의성을 적절히 융합하는 것이 바로 광고 산업의 과제다. 결국 필요한 것은 AI 기술과 인간 크리에이터의 협업 모델. 협업을 통하여 우리는 새로운 창의성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고,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의적 파트너로 활용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소라’는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더 많은 개발과 테스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라’와 같은 동영상 생성 기술이 광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는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일 뿐이다. 미리 준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통한 광고 산업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역할에 앞장서 보자.


윤종영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에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가르치고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공지능 활용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또한 AI양재허브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육성하기도 하였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실리콘밸리의 IT 컨설팅 회사를 시작으로 Facebook, Yahoo, Pinterest, Microsoft, IBM 등 다양한 기업에서 15년 넘게 IT 아키텍트로 커리어를 쌓았으며, 실리콘밸리 한국인 모임인 Bay Area K Group의 대표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