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이경호 프로 (비즈니스 17팀)

“한국에 이러한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

헬스테이션(HELL STATION)을 접하고 나온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나온 반응이었다. 음습하고 적막한 암전의 공간, 헬스테이션은 그동안 어떤 이벤트 공간에서도 주지 못한 매력을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디아블로를 모르는 분들 또한 고려하여 제작되었는데, 헬스테이션은 디아블로 IV의 최대 장점인 특유의 감성과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존이다. 피의 제단, 지옥 포털 같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공간들이 준비되어 있다. 디아블로를 즐기던 많은 덕후가 덕심에 두근두근하며 이곳 헬스테이션을 찾았다.

덕덕덕 德德德

사실 헬스테이션 프로젝트 자체가 CX5 전략팀장의 덕심에서 시작되었다. Atmospheric Marketing(다른 말로, 오감 마케팅)이라는 전략하에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지옥 같은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고자, 대한민국에 가장 지옥스러운 공간을 찾아내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됐다.

덕심은 이 프로젝트를 견인하는 힘이다. 체험존 전체 구성 및 기획을 했던 김종민CD팀과 협력사 BMT도 디아블로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심이었다. 대부분 디아블로 게임의 팬들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 내 마음을 뺏어 온 주인공을 실체화해 구현한다? 덕후들의 입장에선 진심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일. 마음과 마음이 만나 크리에이티브가 발전되는 프로젝트는 광고업에 몸담은 이래로 처음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서 좋은 디자인 컨셉을 잡았지만, 그 디자인의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또 고민하며 헬스테이션을 완성했다.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한 땀 한 땀 디테일을 챙겼는데, 현장에 있던 ‘피의 어머니(피에타)’는 한 달여 시간을 쓰며 완성도를 높였다. 대부분 지나쳤겠지만, 릴리트 단검 속 세밀한 양각 같은 디테일들이 모여 헬스테이션을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피가 더 필요해”

공간 시나리오는 디아블로 IV를 플레이하기 전에 접하는 가상의 프롤로그로 상정했다. 디아블로 IV 스토리의 주요 인물인 ‘릴리트’가 ‘성역’으로 돌아가기 전에 준비했던 공간으로 상정하고 공간을 구성했다. 릴리트는 굉장히 강력한 악마 캐릭터로 그녀의 등장에는 많은 ‘피’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헬스테이션 내부는 온통 피갑칠하기로 했다. 디아블로 4 메인 컬러라고 할 수 있는 붉은색. 그렇기에 피는 헬스테이션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진짜 피 같은 특수 잉크 자체는 구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양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피’를 써봤자 몇 리터 정도이지만, 이번엔 넓은 공간 전체를 다 칠해야 하기에 엄청난 양이 필요했다. 그 많은 ‘피’를 공수하는 데 애 먹었다.

‘피의 꽃길 → 도살장 → 해골의 길 → 피의 제단 → 피의 어머니 → 포탈’로 이어지는 동선은 헬스테이션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피의 꽃길을 걸으며, 헬스테이션 공간에 압도되면, 인게임 장면을 모티브로 묘사된 사실적인 오브제들에 또 한 번 시선을 압도당했다. 시각과 후각도 단조롭지만 잔잔하게 자극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체험객 NO! 조사관 YES!

체험 시나리오는 대한민국 정부가 릴리트와 이교도들이 남긴 공간을 발견하고 수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정부 요원들의 통제 하에 체험객들은 조사관으로서 헬스테이션을 탐사했다. 흔적에서 실마리를 찾고 답을 찾는 노력을 통해 구석구석 공간을 음미하도록 하였다. 체험 시나리오 방향에는 블리자드의 의견을 적극 반영되었는데, 광고주의 좋은 의견 덕분에 체험 몰입도가 배가 되었다.

체험하기 앞서 티저 영상과 웹 예능 영상으로 분위기를 조성했다. 조성된 분위기와 헬스테이션 체험 콘텐츠가 어우러져 디아블로 IV에 대한 선호도 역시 증가했다. 체험객들은 “헬스테이션 체험 후 디아블로 4를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라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노력해 온 우리들의 목적도 달성되었기에 크게 만족했다. 17만여 명이 헬스테이션 웹사이트에 접속했고, 2만 4,000여 명이 참여 신청하는 등 체험존은 흥행했다.

헬스테이션은 덕심이 모여 만들어 낸 캠페인이었다. 기획하고 제작했던 사람들도, 신청하고 참여했던 사람들도 모두 디아블로 덕후들이었고, 덕심으로 뭉쳐 공간을 만들고 즐길 수 있었다. 광고인으로 살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다신 못 만날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이런 멋진 지옥을 만들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일기획 이경호 프로 (비즈니스 17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