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희 대표_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교수 & ㈜임팩티브AI

최근 AI 트렌드 중 중요한 화두는 메타버스와의 융합이다. AI는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가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선 물리적 한계에 의해 가로막히곤 한다. 예를 들어, 여행 애호가에게 AI는 그들의 취향과 여행지 상황을 분석해 다양한 해외여행지를 추천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갈 수 있는 여행지는 일주일에 기껏해야 한두 곳 정도일 뿐이다. 여기에 더해 현실은 기존 패러다임의 저항이 존재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 물리적 제약이 적고, 원하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곳이다. IT 기술로 구현된 새로운 세계이기에 혁신적인 방식에 다한 수용성도 높다.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에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메타버스는 AI의 기술적 잠재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해 주는 AI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AI는 메타버스 세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몇 가지 예상 가능한 상황을 제시해 보자. 먼저, AI는 고도화된 기능으로 현실 세계를 확장하듯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라이프스타일을 증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우주(Universe)로 비유하듯이 수많은 이벤트 열리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기는 광활한 가상공간이다. 사람들은 이 광활한 세계에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 사람들의 선호를 파악하는 AI 기반 에이전트는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 또는 반드시 가봐야 할 공간을 추천해 줄 수 있다.

가령, 가상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AI 점원이 요즘 신상(신상품)을 알려주거나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아바타가 입을 만한 의상을 추천하는 식이다. 현실 세계라면 매장에 있는 제품, 혹은 인간 점원이 아는 제품으로 제한된 추천 템이, 메타버스 속이라면 제약을 넘어 실시간으로 (가상현실 속) 세상 모든 제품을 직접 입어볼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하는 지능형 NFT

AI 기반의 지능형 NFT, 앨리스 (출처: Alethea AI)

두 번째는 지능형 소유물의 창조다. 메타버스의 핵심 자원에 해당되는 NFT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며 메타버스 내에서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는 형태의 자산이 된다. 흔히 이미지 혹은 사운드 등 정적인 NFT들이 많지만, AI의 고도화된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지능형 NFT를 상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이런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인공지능 기업 알레시아 AI(Alethea AI)는 지능형 NFT 로버트 앨리스를 출시했다. 프로필 사진과 같은 이미지 NFT이지만 말을 걸면 대답을 하는 지능형 에이전트다. 그 자체로도 매우 희귀한 소유물이지만 알레시아 AI는 좀 더 나아가 NFT 간의 대화도 가능하다. 알레시아 AI는 또 다른 종류의 지능형 NFT와 함께 두 NFT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AI NFT는 소더비에서 47만 8천 달러에 거래됐다. 마치 사람처럼 우리와 대화하는 AI, 아예 사람은 놔두고 자기들끼리 소통하는 AI. 지능형 NFT의 등장으로 인해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메타버스는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다.

내 표정 담아내는 아바타도 가능해, 디지털 트윈

한편, AI는 메타버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미러링(mirroring) 하는 취지로도 구현되지만, 기술적 발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가령, 컴퓨터그래픽에 의해 구현되다 보니 그래픽 기술이 떨어지면 많은 부분이 리얼하지 못하다. 아바타는 현실의 나를 대입하기에 생김새가 너무 다르고 내 감정 상태가 투영되지도 못한다. AI가 여기서 할 일이 있다. 나의 얼굴을 학습한 AI 시스템이 생성 모델을 이용해 나의 얼굴과 흡사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나의 감정을 아바타의 표정으로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의 아바타는 대체로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지만 AI 기술을 통해 모든 동작을 현실만큼 자연스럽고 디테일하게 표현해 내는 게 가능해진다. 이는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의 움직임을 동기화 시키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더욱 정교하게 구현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AI, 가상 공간을 우리에게 ‘최적화’시키다

끝으로 AI는 메타버스 속에서 공간 컴퓨팅 (Computing) 을 강화하고, 메타버스 공간이 사용자에게 최적화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회사의 업무공간을 메타버스에 구현한다고 하지만 내 사무실과 메타 공간과 다르고 어색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 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바꿔줄 수 있다면 이러한 제약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가령, 현실의 집에서는 가구 하나 옮기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개인이 인테리어를 바꾸는 게 어지간해서는 어렵다. 하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이러한 물리적 제약이 없고 AI 생성 및 추천에 의해서 다양한 디자인을 설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와 AI의 만남은 거대한 두 세계의 만남이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융합이지만 그 시너지는 꽤 클 것이다.


정두희

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교수이며,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편집장. AI 컨설팅 기업인 임팩티브AI의 대표를 맡아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AI 도입을 돕고 있다. <넥스트 빌리언 달러>, <한 권으로 끝내는 AI 비즈니스 모델>, <3년 후 AI 초격차 시대가 온다>, <TQ 기술 지능> 등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