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_디에디트 에디터

“에디터님, 기사 재밌게 읽고 있어요” 미팅에서 주로 듣던 이 인사는 일 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다. “까탈로그 재밌게 보고 있어요”, “저도 까탈로그 구독자예요”

웹진 에디터가 하는 수많은 업무 중 하나였던 뉴스레터 제작이 어느새 필자를 대표하는 업무가 되어버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까탈스럽게 고른 취향 뉴스레터’를 모토로 시작한 뉴스레터는 오픈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평균 오픈율 60%를 상회하며 구독자들의 ‘찐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로 5년이 된 디에디트와 까탈로그가 여전히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누구도 아닌 ‘찐팬’들의 응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까탈로그 그리고 디에디트는 어떻게 찐팬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방법은 ‘누구’와 ‘어떻게’,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애정하는 브랜드는 얼굴이 있다

유료 뉴스레터임에도 MZ 세대 구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낸 월간 이슬아 (사진 출처: 월간 이슬아 홈페이지)

이슬아 작가, 뉴닉 등으로 대표되는 뉴웨이브 뉴스레터의 공통점을 딱 하나만 꼽자면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다. 에세이를 쓰는 이슬아 작가의 경우, 이슬아라는 뚜렷한 화자가 존재하고, 뉴닉은 ‘고슴이’라는 귀여운 고슴도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친근함을 어필한다. 뉴스레터가 아닌 브랜드 중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찐팬이 많기로 유명한 모배러웍스를 보면 이승희 마케터가 브랜드와 팬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존재한다. 귀여운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소통할 수 있는 화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 주변에 보이는 물건들의 제조사를 떠올려보자. 그 제조사에는 말 걸고 싶은 화자가 있는가? 입덕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가? 찐팬을 가진 브랜드는 무색무취한 전통적인 브랜드와 달리 말 걸고 싶은 ‘얼굴’이 존재한다.

에디터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리뷰 콘텐츠 (출처: 디에디트)

까탈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신제품 및 트렌드를 소개하는 까탈로그의 에디터는 세 명이다. 에디터H, 에디터M, 그리고 필자 에디터B다. 일종의 필명을 쓰는 세 명의 에디터는 2개에서 4개 정도의 아이템을 각각 자신의 말투로 소개한다. 캐릭터마다 문체가 다르고, 쓰는 단어가 다르고,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소개하는 아이템도 다르다. 에디터H의 경우 어려운 테크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에디터M은 인테리어 소품과 패션, 술에 대한 소식을 자주 소개하며, 필자는 영화, 맛집, 공간 카테고리를 소개한다. 세 명의 에디터가 소개하는 글을 보면 양질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번갈아 배치하고, 그 사이에 픽셀 이미지로 표현한 에디터들의 캐릭터를 넣었기 때문이다.

물론 까탈로그에서 3명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을 때 구독자들이 친근함을 느낀 이유는 5년 동안 쌓아놓은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디에디트는 웹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에디터H는 이런 캐릭터, 에디터M은 이런 캐릭터라는 특징을 꾸준히 쌓아왔다. 긴 기간 동안 두 사람을 접한 독자들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있기 때문에 까탈로그에도 허들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독자들은 디에디트 에디터들의 정체를 안다. 정체를 밝히면 관계 형성이 시작되고 비로소 찐팬이 늘어난다.

까탈로그 뉴스레터 (출처: 디에디트 까탈로그 홈페이지)

캐릭터가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MZ 세대에게 거론되는 신생 브랜드, 서비스 등을 몇 개 떠올려보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디에디트이고 그다음으로 듣똑라, 문명특급, 오롤리데이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성장한 수많은 채널은 말할 것도 없다. 몇 년 사이 새롭게 떠오른 대부분의 브랜드는 소통과 캐릭터를 통해 얻은 찐팬들의 응원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캐릭터가 있다는 건 정보 전달의 방향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전통 매체의 방식처럼 구독자가 수동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하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찐팬을 보유한 대부분의 브랜드 혹은 서비스는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애정하는 브랜드는 열린 귀가 있다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캠페인 ‘프로덕션 Z’

두 번째 키워드는 ‘어떻게’다. 이쯤에서 까탈로그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까탈로그는 매주 피드백을 받고 있다. 구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은 각자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피드백이 반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음 호에서 다루어주면 좋은 아이템 혹은 틀린 표현 등에 대한 지적은 최대한 빠르게 반영된다. 덕분에 SNS상에서는 “까탈로그에 OO 리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다음 주에 바로 해줌” 같은 긍정적인 의견을 찾아볼 수 있고, 이런 하나하나의 상호작용이 쌓여 찐팬이 늘어난다. 심지어는 까탈로그라는 이름도 구독자의 아이디어였고, 소제목 옆에 이모지를 넣자는 아이디어, 에디터 이름 옆에 픽셀 캐릭터를 넣자는 아이디어도 구독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다. 피드백이 소통 방식의 전부는 아니다. 필자가 만든 까탈로그 콘텐츠 중에는 대표님(에디터M)에게 요청할 집들이 선물 리스트에 투표를 해달라는 콘텐츠도 있었다. 무려 3,000명의 구독자들이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을 하며 그 투표에 참여를 했다. 까탈로그는 정보를 전달하는 뉴스레터이긴 하지만 구독자와 소통하며 노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애정하는 브랜드에는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두 번째 방법은 친근한 문체다. 다른 매체와 비교되는 디에디트와 까탈로그의 가장 큰 특징은 친구 같은 말투를 쓴다는 것이다. 디에디트는 전통적인 매체의 말투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디에디트의 모든 콘텐츠가 동일한 말투를 쓰지는 않지만(필자가 다르기 때문에), 말하듯 최대한 쉬운 말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다. ‘안녕, 에디터B야’라고 시작하는 디에디트만의 시그니처 인사 또한 ‘누가 리뷰를 시작하는지’ 화자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강조한 장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까탈로그에서는 아예 반말을 쓴다.

구독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지난주엔 뭘 했는지, 나는 아파서 병원에 갔으니 너는 감기 조심해 같은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 친구처럼 형성된 관계 덕분에 구독자들은 피드백에서도 친구에게 말하듯 반말로 적는 경우도 많다. 물론 피드백이라고 해서 꼭 건설적인 의견만 남기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까탈로그는 이유 없이 좋아’, ‘까탈로그 항상 고마워’ 같은 응원의 편지를 남긴다. 까탈로그의 찐팬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을 거다.

길게 설명했지만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두세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캐릭터가 있는 브랜드는 구독자들이 말 걸고 싶어 한다. 그렇게 쌓인 관계는 소통을 만들어낸다. 좋은 콘텐츠 제작과 팬들의 피드백은 소통을 매개로 선순환한다. 그렇게 브랜드는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찐팬은 그렇게 생긴다.


김석준

리뷰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웹진 디에디트에서 콘텐츠 에디터를 하고 있다. 주로 쓰는 건 글이지만, 사진도 찍고, 유튜브에도 출연한다. 글이든 말이든 사진이든, 전달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