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한자를 잘 몰라도 이 노래에 나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나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 같은 말들은 익숙합니다. 그만큼 널리 알려진 노래인데, 정작 제목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신민요 가수 황정자가 1960년대 초반 발매한 이 노래의 제목은 <노랫가락 차차차>입니다. 그를 톱스타의 반열에 올린 노래이기도 하지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한국전쟁을 겪고 나서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로 들어선 1960년대에 왜 이런 노래가 인기를 누렸을까요? 공장의 기계를 밤새 돌리며 너나없이 ‘산업 역군’이 돼야 했던 시절, 심지어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슬로건이 등장할 정도로 체력을 키워서 더 열심히 일해야만 했던 시절에 말입니다.
어쩌면 핍진한 현실과 고달픈 노동에 대한 반작용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이 노래의 메시지처럼 늙으면 ‘정말’ 놀기도 어렵습니다.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몸이 아프고 건강하지 못하면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우니 말이죠.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건강하니까 청춘’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때를 가리지 않는 법이지만, 확실히 최근의 양상은 다릅니다. 과거에는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는 사람들이 한정적이었고 그 목적 또한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에 국한됐지만, 요즘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는 게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됐습니다. 건강과 체력 관리를 위한 지출이 늘면서 ‘덤벨 경제(Dumbbell Economy)’라는 용어도 등장했지요. 덤벨 경제 열풍은 비단 헬스 산업뿐 아니라 푸드나 패션 등 관련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덤벨 경제를 이끌어 온 주인공은 바로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워라밸’과 삶의 퀄리티를 중시하는 이 세대가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당연지사겠지요.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의 삶이 중요한 Z세대에게도 건강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들에게 화장품을 구입하기 전 유해 성분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구매의 필수 코스입니다. 이렇게 20~30대가 주도했던 덤벨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중장년층까지 가세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신체적 건강’을 넘어 ‘사회적 건강’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삶의 퀄리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웰빙(Well-being),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인 ‘웰니스(Wellness)’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웰니스야말로 새로운 ‘럭셔리’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또다른 의미로 체력이 국력인 시대가 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총체적 건강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제일매거진 10월호에서는 덤벨 경제가 웰니스로 확장되고 있는 현상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해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