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유교에서 강조하는 올바른 선비의 덕목을 이른다.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은 후 가정을 돌보고, 그 후 나라를 다스리며, 그 다음 천하를 평정한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수신’으로 나머지 큰일을 하기에 앞서 근간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현재 ‘유교걸’과 ‘유교보이’는 천하를 평하기에 앞서 수신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닦고 수양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바디프로필을 검색하면 110만 개의 게시물이, #눈바디를 검색하면 96만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2030세대 사이에서 운동으로 다져진 자신의 몸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바디프로필 촬영이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술자리 등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이참에 몸 관리에 집중하자는 경향으로도 볼 수 있다. 젊었을 때 가장 예쁘고 멋진 몸을 완성해 바디프로필을 촬영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굳이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여서 바디프로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바디프로필을 공개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2030세대는 바디프로필 촬영을 동기 부여로 삼아 생활 습관을 바꾸고 운동 및 식단 관리 등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건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바디프로필 또한 2030세대가 자신을 가꾸고 자신을 표현하는 한 가지 예시인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바디프로필 사진은 2030세대에게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동기 부여나 자극이 될 수 있고 더 건강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하기도 한다. 바디프로필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하듯 바디프로필 준비 과정, 식단, 운동 방법, 후기 등 관련 정보를 담은 전문 운동 관련 유튜버나 일반인 브이로거의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실제 소비자의 후기 포스팅을 리그램하는 @marketkurly_regram 계정을 운영 중이다. 음식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이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요리하는 시간이 늘고 직접 요리한 음식을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횟수도 증가했다.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해 건강하고 맛있게 제대로 된 한 끼를 차려먹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 @marketkurly_regram ⓒ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marketkurly_regram)
또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이어트 식단에도 변화가 생겼다. 원푸드 다이어트, 해독 주스 다이어트 등 체중 감량을 위해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는 다이어트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식단 관리를 위해 맛과 영양을 골고루 갖춘 다이어트 레시피가 많아진 것이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지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키토 제닉 식단으로 키토 김밥, 키토 빵, 키토 피자 등 다양한 레시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체중 조절, 다이어트나 고강도 운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다이어트 식단뿐만 아니라 일상 프로틴 푸드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프로틴 빵, 프로틴 바, 프로틴 함량을 높인 요거트, 두유나 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 등 쉽고 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프로틴 푸드가 다양해졌다.
그런가 하면 비타민, 유산균, 홍삼 등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제를 검색해 챙겨 먹는 2030세대도 많아졌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만큼이나 식단도 중요하다. 소셜미디어의 #식단 관련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실제로 내 몸을 구성하는 영양소에 대해 알아보고 꼭 필요한 영양소를 건강하게 섭취하고 맛있게 제대로 즐기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 #식단일기 #식단관리 #식단기록 #건강식 검색 결과 화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감, 위기감을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나 네이버 오디오 클립 등에서 숙면을 돕는 수면 유도 음악, PMR 기법, 자연의 소리를 담은 ASMR, 싱잉볼 연주, 528Hz, 432Hz 치유 음악 등 심리 명상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외부 환경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는 요즘 사람들은 힐링 사운드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 명상, 요가, 휴식과 수면을 위한 최고의 음악 ⓒ유튜브 화면 캡처(youtube.com/user/YourRelaxMusic1)
▲ Healing Meditation – ChaeHwanTV 귓전명상
최근 iOS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 1위를 차지한 무드 다이어리, 무다(MOODA)는 아주 쉽고 예쁘게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 앱이다. 기분 일기를 통해 분노, 좌절,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행복, 희열,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기록한다. 간단한 방법으로 복잡한 내 마음을 표현하면서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 무다의 무드 다이어리 앱 ⓒ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moodaforyou)
이 밖에도 내면의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명상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캄(Calm), 릴랙스 멜로디, 헤드스페이스, 코끼리, 마보(마음보기) 등 언제 어디서든 마음 챙김이 가능한 명상 어플도 생겨났다. 또한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루틴 혹은 리추얼)을 형성하는 커뮤니티도 많아지고 있다.
클래스 101에서는 명상, 요가, 다도 등 지도자를 따라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 마인드그라운드, 밑미 등의 플랫폼도 약진 중이다. 지금의 나를 마주하고 진짜 나를 만나는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는 요가, 명상, 음악, 러닝 등 심리 카운슬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나 반복되는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나만의 리추얼을 만드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 ⓒ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nicetomeetme.kr)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요즘 사람들은 운동, 식단뿐만 아니라 감정, 생활 습관 등 나를 둘러싼 일상적인 것들을 모두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총체적인 건강을 기반으로 풍요로운 인생을 디자인해가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며,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바탕으로 나아가 사회, 환경의 건강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개인에 초점이 맞춰졌던 건강의 범위가 사회적 건강, 환경의 건강까지로 확장되는 것이다.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캠페인, 식사 준비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 비거니즘 등 내 건강은 물론 지구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와는 물론 사회, 환경과도 촘촘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고 있다. 수신(修身),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이 세상의 근본이 된다는 옛 성인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최지은 프로(소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