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 트렌드 분석가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사람들이 많이 살거나 일하는 동네는 상권이 발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 상권 말고,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욕망이 되는 특별한 상권을 흔히 ‘핫플레이스’라고 부른다. 어떤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된다는 건 랜드마크가 되는 한두 곳만 가치만 급등하는 게 아닌 그 동네 전반적으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그곳 매장의 매출 규모도 올라가며 임대료와 건물 가격도 상승한다. 뜨는 동네가 된다는 것은 돈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부동산의 관점으로, 누군가는 장사의 관점으로, 누군가는 새롭게 놀러 갈 콘텐츠와 소비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이다. 핫플레이스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세 가지에 답하며 2024년에 뜰 핫플레이스를 찾는 작은 팁까지 알아보자.

첫째, 핫플레이스 동네는 한번 뜨면 계속 가나?

아니다. 이대 앞처럼 오래전에 쇠락한 동네도 있고, 경리단길처럼 최근에 쇠락한 곳도 있다. 핫플레이스의 수명은 대략 10년 정도로 보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운 콘텐츠와 자본이 계속 유입되면 20년 이상이 될 수 있고 초기의 콘텐츠와 자본이 전부라면 5년 정도로 짧아질 수도 있다. 카페와 맛집 중심의 동네는 핫플레이스로서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만들어지는 핫플레이스도 많아졌고 떴다가 쇠락하는 곳도 많아졌다.

그냥 기존 핫플레이스가 계속 유지되면 안 될까? 왜 새로운 곳이 필요할까? 2030 소비자들이 취향과 경험소비에 눈을 뜨면서 ‘새롭고’ ‘멋진’ 곳을 계속 원하기도 했고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더 찾고 새로운 경험을 사진으로 찍고자 하는 욕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고 매력적인 것이라도 자주 경험해서 익숙해지면 식상해진다. 그렇기에 새로운 동네, Next 핫플레이스는 멈추지 않고 생겨날 수밖에 없다.

둘째, 한번 쇠락하면 부활할 기회는 없나?

있다. 삼청동은 떴다가 조금 식었다가 요즘 다시 뜬다. 해방촌도 그렇고, 이미 떴던 곳은 뜰만한 이유가 있던 동네다. 즉 교통도 좋고, 인접한 핫플레이스 거점도 있던 곳이기에 새로운 콘텐츠와 자본이 유입되어 계기를 만들어내면 얼마든지 부활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니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물론 이대 앞처럼 부활이 쉽지 않은 동네도 있다. 불을 되살릴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접근에 한계가 있었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동네는 부활시킬 원동력이 부족하다. 압구정은 꺼진 불을 다시 살리는 중이다.

셋째, 요즘 주목하면 좋을 동네는 어디인가?

가장 민감한 질문이지만 틀릴 리가 없는 가장 안전한 답은 성수동이다. 이미 너무 떴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성수동은 아직 진행형이며 뚝섬, 서울숲으로 연결되는 확장성도 좋다. 아울러 삼청동, 가회동, 송현동, 계동, 원서동, 순라길, 익선동으로 이어지는 라인도 주목한다. 이유는 경복궁-창경궁-종묘를 잇는 트라이앵글 속에 들어가 있는 동네들이고 개발제한구역 덕분에 서울에서 유니크한 감성과 건물, 골목이 꽤 남아있어 ‘로컬리티(지역만의 색깔)’라는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신당동은 떡볶이가 아닌 힙한 카페와 맛집이 많아진 핫플레이스로 거듭났고 홍대 거점에서 파생된 핫플레이스인 연남동, 연희동, 망원동, 합정동, 상수동도 여전히 건재하다.

중요한 건 동네만 주목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동네는 의외로 크고 넓다. 그 속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게 관건이다. 사람들은 완전히 관심 없고 싼 동네를 자신이 먼저 발견하고 그 후 그 동네가 급격히 떠서 엄청난 기회를 자기가 누리길 원한다. 하지만 뜨기 전 동네를 먼저 발견하고 투자하는 것은 안목도 필요하지만 뜨기까지 버틸 힘도 필요하고 동네를 띄울 능력도 필요하다. 아무런 노력 없이 존재감 없던 싼 동네가 갑자기 비싼 동네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밑에서 누군가가 많은 노력을 들여 동네가 뜰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니 뜨기 전 동네보다 이미 뜨기 시작한 동네를 주목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대한민국 핫플레이스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서울의 핫플레이스는 크게 1~4세대로 볼 수 있다. 1세대는 교통거점으로 남녀노소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명동, 서울역, 영등포역 등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1, 2호선을 만들 때 1세대 핫플레이스를 고려하고 노선을 짰고 여전히 1세대 핫플레이스는 여전히 접근성에선 장점을 가진다.

2세대 핫플레이스는 대학가와 지하철 노선이 연결된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20대가 주도하는 핫플레이스로 2030 세대가 많은 신촌, 이대, 홍대, 건대, 강남역 등이 대표적이다. 유흥과 음주의 중심지였다. 주로 2호선 라인에 해당되고 일부는 1970년대부터 뜨기 시작했지만 1980년대 본격적인 핫플레이스가 되어 90년대까지 뜨거웠다. 2000년대 이후 일부는 식었고 유흥가 역할로는 계속 명맥을 이어간다.

3세대 핫플레이스는 외국 문화와 럭셔리 상권이 만들어내는 핫플레이스로 압구정, 청담, 이태원, 한남, 서래마을 등이다. 88 올림픽 이후 1990년대 들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으며 패션, 뷰티, 고급 레스토랑, 카페 등이 중심이다. 여전히 상권으로서 유효한 가치를 가지며 3040대와 50대까지도 아우르는 2030대 중심의 핫플레이스보다 다소 비싼 욕망의 거점이다.

4세대 핫플레이스는 낡고 오래된 동네여서 재개발이 잘 되지 않았고 궁궐이나 공원, 미군기지 등의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동네에서 시작된 구도심의 도시재생형 핫플레이스로, 서촌, 삼청동, 원서동, 연남동, 연희동, 경리단길, 가로수길, 신당동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대 이후 만들어진 모든 핫플레이스는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건 서울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최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는 모두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로컬크리에이터 등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다들 낡고 오래된 동네와 골목길, 비탈진 언덕(뷰 좋은)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4세대 핫플레이스는 기존의 1, 2, 3세대 핫플레스의 인접권에서 이들의 영향을 이어받거나 이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수혜를 받기도 한다. 즉 기존 핫플레이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다. 새롭게 많은 동네가 4세대로 부상하는 만큼 빨리 지는 곳도 있고 의도적으로 동네를 띄우기 위한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이 개입하기도 한다. 4세대 핫플레이스는 현재 진행형이고 당분간은 등장할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글로벌 핫플은 대한민국 핫플의 미래

재밌는 점은 1~4세대 핫플레이스의 진화 모습이 이미 뉴욕, 런던 등 세계적인 대도시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교통편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교통편 중심에서 지금처럼 낡은 구도심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사람을 끄는 것까지.

도시가 오래되면 도심은 구도심이 된다. 신도심이 등장하며 구도심은 조금 밀리지만 신도심에 익숙해지고 식상해지면 다시 구도심을 개발해 오래된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시도한다. 트렌드에 우연은 없다. 뜨는 동네는 다 이유가 있고 떴다가 빨리 지는 동네도 다 이유가 있다. 넥스트 핫플레이스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기존 핫플레이스에서 실컷 누려보는 것이다. 놀아본 이들이 잘 안다. 이제 어떤 동네가 흥미를 끄는지 말이다. 돈의 흐름은 돈을 써보고서 생생하게 파악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정부기관에서 3,000 회 이상의 강연과 워크숍을 수행했고, 트렌드 전문 유튜브채널 김용섭 INSIGHT를 운영한다. 저서로 『라이프 트렌드 2024 : OLD MONEY』, 『라이프 트렌드 2023 : 과시적 비소비』, 『ESG 2.0』,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언컨택트』,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