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매니저
검색창 같던 AI가 대화창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전 문장을 다듬고, 복잡한 기분을 정리하며, 혼자 삼키기 애매한 감정을 AI에 털어놓다가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요즘 사람들이 AI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업무 보조 수단으로 여겨졌던 AI는 이제 일상의 동반자가 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 결과, Z세대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자기 이해 도구로 거듭난 ‘AI 어시스턴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17개 시도 15~65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자신에 대한 인식 및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가치관 정기조사 2026), 응답자의 95.1%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경험한 자기 이해 방법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기(자신과의 대화, 사색, 감정 조절 등)’(61.5%)가 압도적인 1위로 꼽혔으며, 나를 위한 목표·계획 세우기(51.3%)와 주변인과의 대화(50.8%)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보편적 경험들 사이에서 Z세대만의 흥미로운 데이터가 포착됐다. Z세대는 자기 이해 경험이자 수단으로 ‘AI 어시스턴트와 대화하기(상담, 사주 분석 등)’를 꼽은 비율이 3명 중 1명(32.0%)에 달했다. 이는 바로 위 세대인 밀레니얼*(후기 26.8%, 전기 21.6%)보다 5%p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X세대(12.2%)나 86세대(11.5%) 등 기성세대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과 대조적이다. 즉, 연령이 낮은 세대일수록 AI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경험이 많았다.
(*Z세대 : 1996~2011년 출생자, 후기 밀레니얼 : 1989~1995년 출생자, 전기 밀레니얼 : 1981~1988년 출생자, X세대 : 1970~1980년 출생자, 86세대 : 1961~1969년 출생자를 말함.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전기와 후기로 분류함)
힘들 때 전문가보다 AI를 먼저 찾는 Z세대
AI가 Z세대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뜻밖의 영역은 또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89.5%)은 정서적·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느낄 때 도움을 구할 대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순위에서는 1위인 친구(44.2%) 다음으로 부모(38.6%), 배우자(32.5%), 형제·자매(27.0%) 등 가족과 전문가·전문기관(19.0%)이 뒤를 이었다.

여기서 Z세대의 순위는 눈에 띄게 차별화된다. 이들은 부모(58.1%), 친구(49.3%), 형제·자매(25.6%)에 이어 AI 어시스턴트(25.2%)를 네 번째 조력자로 꼽았다. 이는 심리 전문가나 전문기관(21.5%)을 찾는 비율보다 높은 수치다. 정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Z세대는 문턱이 높은 전문가보다 언제든 내 손안에서 응답하는 AI를 더 찾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이러한 역할 변화는 뚜렷하다.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챗GPT’를 분석한 결과, 2025년 1분기를 기점으로 연관어 유형이 달라졌다. 상용화 초창기인 2023년 1분기에 비해 ‘자료’, ‘공부’, ‘번역’처럼 업무 보조적 성격의 키워드는 대폭 감소했다. 반면 ‘상담’과 ‘스트레스’의 언급량은 급격히 상승했으며, ‘사주’, ‘갈등’, ‘인간관계’ 등의 연관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AI가 학업 도구를 넘어 스스로에 대해 탐구하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나 정서적 교류를 돕는 도구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터득해 나가다
AI와의 밀착이 깊어지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AI 의존’으로 인한 문제가 보고되기도 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가 AI를 이용하며 가장 우려하는 점 역시 ‘과도한 의존’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자리 대체, 창의성 저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걱정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자신의 AI 의존도를 70~80% 수준으로 판단한 정성조사 참여자는 “일상에서 AI를 많이 쓰다 보니 심적으로도 꽤 의지하게 됐고, 모든 걸 물어보는 게 습관화된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세대가 AI를 강력한 경쟁력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AI 관련 정량조사 결과, 20대 응답자의 75.0%는 ‘AI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여겼으며, 59.5%는 ‘평소 새로운 생성형 AI 기능이나 도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조사한다’고 답했다. Z세대는 AI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힘든 상황을 해결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Z세대는 AI를 경계하면서도, 이를 하나의 역량이자 기회로 여기며 나름의 공존 방식을 터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I의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향후 Z세대가 어떤 유동적인 태도로 AI와 공존해 나갈지 그 행보를 주목해 보자.
김성욱 대학내일20대연구소 매니저
국내 최초,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 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Z세대의 특성을 담은 콘텐츠를 기획·발행하고 있다. 세대별 데이터와 트렌드 사례를 중심으로 아티클을 작성하며 캐릿, 대홍기획 매거진, 퍼블리 등에 연재했다. 가치관·소비·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다. 트렌드 도서 《Z세대 트렌드 2025》, 《Z세대 트렌드 2026》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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