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이선종 프로 (BE 부문지원팀)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은 오랫동안 실제 세상에서 대면하는 오프라인 체험만을 일컫는 용어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요즘은 디지털 기술이 반영되지 않은 체험 마케팅 사례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가 MZ세대에 주류 미디어로 자리 잡은 후로는 더욱 그렇다. 오프라인 체험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포스팅하는 것은 빠질 수 없는 관례가 되었고, 4G 이상의 모바일 통신 환경에서 동영상 콘텐츠는 오프라인 체험 마케팅을 가늠하는 거울이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소셜미디어에 올리게 할 수 있을까’가 소비자 체험의 결과물이자 체험 마케팅 캠페인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말이다.
이렇듯 체험 마케팅의 디지털화, 즉 DX(Digital Transformation, 대면 체험 과정의 일부 또는 전체를 디지털 기술로 대체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도는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그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웹3.0을 기반으로 디지털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지금, 체험 마케팅이 디지털 요소와 어떻게 접목되는지 살펴본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좋은 준비 운동이 될 것이다.
대면 체험과 ‘공존’하는 디지털 요소
갤럭시 Z Flip4를 모티브로 제작한 갤럭시만의 NFT 디지털 리워드
(출처: Samsung Members 글로벌 초청행사)
먼저, 브랜드의 대면 체험 과정에 디지털 요소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있다. 앞서 언급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체험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맵 등 다양한 모바일 앱을 활용한 체험 방식 등도 선보인다. 디지털 리워드(디지털 기버웨이, 디지털 굿즈 등을 포함한 개념, 원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선물)로 브랜드별 NFT를 제작, 배포해 브랜드만의 유니크한 디지털 체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대면 체험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기능으로 체험의 질을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면 체험을 ‘복제’한 디지털 체험
팬데믹 시대를 지나며 비대면 디지털 체험이 인기를 끌고, 그중 몰입도가 높은 메타버스의 활용은 짧은 기간에 많은 사례를 남겼다. Travis Scott의 콘서트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진행되었으며, 천만 명 이상이 동시 접속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뛰어난 그래픽과 자유도를 바탕으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나이키, 구찌, 맥도날드 등 유행에 민감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로블록스(Roblox)’, ‘모여라 동물의 숲’ 등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리테일 매장이나 팝업스토어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은 단지 대면 체험을 비대면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각 메타버스 플랫폼의 화법을 잘 이해하고 녹여 퀄리티 높은 디지털 체험을 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높은 자유도로 몰입감을 높인 메타버스 콘서트 Travis Scott & Fortnite, Astronomical
(출처: Travis Scott 유튜브)
혹자는 메타버스 체험을 디지털 광고의 관점으로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표방하는 ‘디지털 트윈’은 단순히 시공간을 복제하는 기술이 아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기술 발전을 통한 ‘감각의 복제’, 나아가 ‘체험의 복제’로 진화하며 브랜드 체험 마케팅의 일환이 될 것이다. 너무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면, 현존하는 기술로 디지털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프로젝트들을 살펴보자.
대면 체험과 디지털 체험의 ‘융합’
‘공존’의 방식이 현실과 가상 세계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였다면, ‘융합’은 동일한 콘텍스트를 통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이어 디지털 체험을 현실 체험으로, 현실 체험을 디지털로 옮겨가는 방법이다.
유구한 역사 동안 큰 변화 없이 제품과 브랜드를 고수해온 코카콜라는 2021년 ‘Real Magic’이라는 슬로건으로 브랜드 혁신 플랫폼인 ‘코카콜라 크리에이션(Coca-Cola Creation)’을 런칭하며, 놀라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올 초 글로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속 음료로 선보인 ‘코카콜라 제로 슈가 바이트(Sugarbyte)’다. 코카콜라는 게임 개발사와 협력해 ‘포트나이트’ 게임 속 가상 세계인 ‘픽셀 포인트 아일랜드(Pixel Point Islands)’를 제작했다. 네온 빛이 환상적인 이 섬에서, 유저들은 네 가지 게임을 통해 ‘슈가 바이트’ 콜라를 접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보랏빛 캔에 픽셀화된 로고가 돋보이는 이 에디션을 ‘첫 메타버스 속 음료’로 발표했다.
(좌) 게임 포트나이트 속 코카콜라의 가상 세계인 픽셀 포인트 아일랜드, (우) 코카콜라 메타버스 속 음료인 코카콜라 제로 슈가 바이트
(출처: 코카콜라 크리에이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이 에디션을 실제 제품으로 출시한다. 상상도 못했던 픽셀 맛(Pixel flavored) 콜라로, 게임에서 선보인 아이템 그대로의 ‘슈가 바이트’를 재현했다. 우리가 사는 현실과 메타버스를 콘텍스트로 연결해 현실과 가상의 디지털 체험을 모두 만족시킨 것이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런웨이를 하며 신상품을 선보인 버버리, ‘포트나이트’와 협업해 게임과 이벤트를 진행한 폴로 등 세계관을 융합하며 몰입도와 재미를 높인 캠페인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마인크래프트와 협업해 신상품을 선보인 버버리
(출처: 버버리 홈페이지)
URL과 IRL(In Real Life)의 동행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앞서 정리한 체험 마케팅 방식들도 금방 사라지거나 잊힐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면의 체험 마케팅과 디지털 요소는 이제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 디지털 체험이 많아질수록 실제 현실, 즉 IRL(In Real Life) 체험에 대한 니즈 역시 많아진다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체험은 디지털 체험에 더 몰입하게 하고, 디지털 체험은 현실의 체험을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체험 마케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더 활발하고 다양해지리라 전망한다.
제일기획 이선종 프로 (BE 부문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