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업루트컴퍼니 대표이사)

2022년은 디지털자산 시장에 있어 아픈 한 해가 되고 있다. 탈중앙화되어 있기에 안전하다던 디지털자산 시장에 악재가 거듭되며, 불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믿음과 불신을 넘어 이번 사태를 웹 3.0과 탈중앙화에 대해 제대로 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탈중앙화가 무엇인고, 왜 중요한지 이번 칼럼으로 가늠해보도록 하자.

블록체인 프로젝트 상당수 탈중앙화와 거리가 멀다

가상화폐-NF-웹 3.0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웹3.0 비즈니스에서는 디지털자산이 핵심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디지털 서비스 속 재화는 NFT로 표현되고, 이런 NFT 거래에 암호화폐가 지불수단으로 사용된다. 암호화폐는 거래소를 통해 유동성이 제공되고 서비스의 토큰 사용자들 이외에 투자자들까지 더해진 상태로 교환행위가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최근 사태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는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탈중앙화된 모델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주체가 좌지우지하는 기존 서비스에 비해 권력이 분산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부분은 탈중앙화와 거리가 멀다.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통제받지 않는 중앙화된 서비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정 주체가 자의적으로 프로젝트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실제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탈중앙화란 무엇이며 그게 왜 그렇게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탈중앙화의 모범 사례는 비트코인

현재 탈중앙화에 가장 가까운 프로젝트는 ‘글로벌 P2P 전자화폐 시스템을 구현’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은행이라는 신뢰할 만한 제3자 없이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의해 P2P 방식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갖고 있다. P2P(peer-to-peer network)란 특정 소수가 아닌 참여하는 이들 모두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를 말한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만든 사람으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온라인상에서만 활동을 하다 2011년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P2P 방식으로 탈중앙화된 비트코인이기에, 만약 사토시가 돌아오더라도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그의 마음대로 바꾸지 못한다. 2100만개만 발행되는 것으로 설계된 비트코인 발행량을 변경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에 비트코인이 누구에 의해 중앙화되어 있다면 그를 공격할 수 있는 단일 공격지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탈중앙화에 의해 생겨난 특성은 검열저항성이다.

검열저항성이란 쉽게 말해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비트코인을 전송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P2P간 가치전송을 위한 프로토콜이라면, 이더리움은 전송뿐 아니라 네트워크상에서 다양한 계약과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이것이 탈중앙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로 “누구도 내가 이더리움 위에서 코드를 실행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가치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은 여러가지 가치가 있다. 낮은 수수료, 빠른 시간으로 국경 없는 송금이 가능한 점, 한정된 발행량 덕에 금처럼 가치저장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 디지털 환경이 가속화됨에 따라 쓰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장점들은 사실 비트코인의 본질인 “검열저항성” 이 있기에 담보되는 것들이다. 다시 얘기하면 진정한 탈중앙화가 이루어진 프로젝트는 검열저항성을 갖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어떤 것이 진정한 탈중앙의 모습인지는 비트코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탈중앙화가 주는 가치 : 소유권

웹3.0이 우리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는 웹 2.0과의 비교로 알 수 있다. 웹2.0 시대엔 구글, 애플 및 각종 포털이 등장했다. 그들은 사용자들이 생성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사용자 간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플랫폼을 통해 돈도 간편하게 이동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은 고객의 데이터(정보)를 수집했고, 그것을 통해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탄생시켰다. 콘텐츠는 사용자가 만들지만 콘텐츠의 소유권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것을 통한 수익은 거대 플랫폼이 가져갔다.

웹3.0은 이러한 거대 플랫폼에 집중된 권력을 각 개인으로 분산화시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는 사용자가 만들어낸 데이터, 콘텐츠 등의 소유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소유했다는 것’의 다른 의미는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은 사용자의 소유가 아니다. 아이템을 비롯해 게임과 관련된 모든 재화는 사실 게임회사의 소유이고 사용자에게 게임 내의 특정 기능을 사용하도록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게임사에 의해 게임 속 재화에 피해를 봤다며 진행되는 소비자 소송이 대부분 실패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게이머들은 빌려 썼지, 소유한 적이 없던 탓이다. 당연하게도 게임 아이템을 플랫폼 밖에서 사고파는 것 역시 대부분의 경우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NFT를 통해 실제 소유권을 얻는다면 그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고팔 수 있는 것은 기본, 담보 가치로써 활용하는 등 가상공간 내에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도구로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탈중앙화가 주는 가치 : 검열저항성

앞서 말했듯 진정한 탈중앙화를 위해선 검열저항성이 지켜져야 한다. 웹2.0에서 우리는 편리함을 대가로 개인의 정보 즉 데이터를 플랫폼에 넘겼다. 몇몇 플랫폼에는 데이터가 집중되며 필요에 따라 개개인 사용자들을 검열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40대 남성 마크는, 의사에게 보내기 위해 아픈 아들의 신체 주요 부위를 사진을 찍었다가 구글의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에 걸려 계정이 정지되고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마크는 그동안 사진, 연락처, 일정, 업무, 저장 등 대부분의 일상 활동을 구글 계정을 통해서 해왔다. 하지만 한순간 구글 계정이 정지되고, 영구 삭제까지 되어 버린 것이다. 소송을 진행하였지만 그의 일상에는 너무나 큰 피해였다. 개개인에 대한 검열은 때로는 필요한 것이지만 의도치 않은 피해자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웹 3.0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

웹3.0 비즈니스를 설계하면서 탈중앙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탈중앙화는 웹 3.0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당연히 탈중앙화도 아니면서 아무 데나 탈중앙화를 갖다 붙이는 것은 더욱 더 안 된다. 웹 3.0 비즈니스에선 탈중앙화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는 지가 중요하다. 지금부터 웹3.0을 주장하는 비즈니스를 볼 땐 어떤 부분을 어떻게 왜 탈중앙화하는지부터 꼼꼼히 살펴보자. 그것이 웹 3.0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틀이 될 것이다.


이장우_㈜업루트컴퍼니 CEO & 한양대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에서 겸임교수로 있으며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맡고 있다. 디지털 자산 전문 회사인 (주)업루트컴퍼니의 CEO로 디지털자산적립식 구매솔루션인 비트세이빙 서비스와 NFT 창작소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한국회계학회 가상자산위원으로 있으며, 특허청의 NFT 전문가협의체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관련 저서로는 <당신의 지갑을 채울 디지털화폐가 뜬다, 2020>와 <NFT 사용설명서, 2021>의 감수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