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김윤호 프로 (BE 비즈니스 3팀)
우리가 마주치는 광고들은 방식은 다르지만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 ‘저희 제품이 좋습니다’, ‘저희 서비스가 유용합니다’ 물론 제각기 창의적인 방식들로 눈길을 끌지만 고객에게 다가가는데 한계는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제품을 유용성만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쓸모는 기본이지만, 여기에 더해 이미지, 감성 등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가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체험 마케팅이 등장한다. 친구 사이, 연인 사이에 가까워지려 하면 함께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체험하는 경험이 필요로 한 것이다. 이런 니즈로 탄생한 것이 체험 마케팅이다. 브랜드는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에서 브랜드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소통한다. 이 공간은 마치 놀이터와 같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리고 호응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 이것이 오프라인의 힘이고 체험 마케팅의 본질이다.
(출처: 2018 평창올림픽 삼성전자 쇼케이스)
체험에 대한 인식이 바뀌다
팝업스토어, 브랜드 로드숍, 전시 등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어지던 체험 마케팅은 SNS 시대를 만나 온오프 결합으로 발전했고, 거리두기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선 마케팅 전반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었다. 1년 넘도록 이어진 거리두기는 소비자들의 경험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예전에는 직접 만나야 미팅이라 여겼고, 직접 현장에 가야 경험이라 여겼던 과거와 달리 이제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한 체험 역시 직접 체험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춰 체험 마케팅의 영역도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출처: 2018 2H Galaxy Unpacked)
“사람이 모이지도 못하는데 체험 마케팅이 가능해?”
지난해, 회사 안팎의 지인들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마케터로서 스스로 수없이 되뇌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로 글로벌 대형 이벤트들이 줄줄이 취소가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브랜드의 니즈는 변하지 않았다. 다양한 브랜드들은 여전히 체험 마케팅을 원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발맞추어 소비자와의 온라인 접점까지 포함하는 경험 디자인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비대면 체험 마케팅 도대체 뭔데?
오프라인에서 하던 체험을 모니터를 통해 전하면 온라인 체험 마케팅이 될까? 그렇지 않다. 오감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던 체험과, 네모난 스크린을 통해 전하는 체험은 전혀 다르며, 그렇기에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출처: 2021 1H Galaxy Unpacked)
지난해 제일기획이 두 차례 진행했던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을 예로 들어 보자. 첫 온라인 갤럭시 언팩에선, 온라인 플랫폼의 양방향 소통에 주목하여 시청자가 Zoom을 통해 이벤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첫 시도이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실시간 시청자 5,600만뷰라는 큰 성과를 달성했다. 시청자 수뿐만이 아니라, 제품의 복잡한 기술을 보다 쉽게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테크멘터리(테크+다큐멘터리) 콘텐츠는 스마트폰 기술 발전의 숨은 공신인 개발자들을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출처: 2020 2H Galaxy Unpacked)
이후 진행한 두 번째 온라인 언팩에서는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던 온라인 이벤트들 가운데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수립하고자 오프라인 이벤트의 화려한 무대 연출을 디지털 환경에 구현하였다. 실제 스테이지를 만들고 그 위에 CG와 AR을 더하여,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긴 영상에 재미 요소를 더하였다.
CES, IFA 그리고 MWC 등 글로벌 전시도 체험 마케팅의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이다. 매년 전 세계 20만명 이상의 미디어 및 소비자가 부스를 방문하고 다양한 브랜드들은 이를 모멘텀으로 비전을 발표하거나 신제품을 공개한다. 이러한 글로벌 전시 부스는 어떻게 온라인 체험 마케팅으로 변화하였을까?
LG는 IFA 2020에 3D 가상 전시장을 오픈했다. 누구나 PC나 모바일로 접속해 LG전자의 최신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오프라인만큼 실감 나는 체험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체험 마케팅의 적절한 예시로 볼 수 있다.
(출처: LG IFA 2020, Virtual Exhibition, LG Newsroom)
최근 제일기획에서 진행한 삼성전자 2021 CES는 색다른 방법의 온라인 전시를 선보여 글로벌 미디어 및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실제 전시 관람 동선을 따라가며 스토리텔러가 시청자들에게 최신 기술과 제품을 소개했다.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도슨트를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었다. 각 섹션마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그리고 스토리텔러의 제품 시연 등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 다양한 표현 방법을 적용해 30분이라는 전시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알차게 채워 넣었다. CES 2021에 대한 미디어 버즈가 지난해 대비 낮게 측정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관련 버즈는 80% 이상 급등한 것을 보면 비대면 체험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출처: Samsung CES 2021)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어질 트렌드
오감을 활용한 몰입,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참석자와 브랜드의 네트워킹 그리고 제품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오프라인의 생생함은 온라인으로 온전히 대체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진행되는 비대면 체험 마케팅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프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비대면 체험 마케팅의 커버리지, 그리고 쉽게 공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니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될 것이다.
제일기획 김윤호 프로 (BE 비즈니스 3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