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국내에 도입된 편의점은 당시에는 그다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 남녀의 편의점 데이트 장면이 전파를 탄 이후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왠지 메마르고 답답해 보이는 공간에서 알콩달콩한 데이트라니, 전에는 생각조차 못한 일이었죠.

‘편세권’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편의점은 이제 라이프스타일 맵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으면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최근의 편의점들은 O2O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근거리 유통의 최전선’이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죠. 여학교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편의점들은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을 할 수 있는 파우더룸이나 피팅룸을 제공하고,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지역의 편의점들은 노래방이나 만화방 시설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간이 여러 쓰임새를 갖게 됐다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비단 편의점뿐이 아닙니다. 과거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전국 어느 지점에 가더라도 표준화된 인테리어와 메뉴,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별, 공간별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매장을 운영합니다. 예컨대 한 유통업체는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3040 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매장 한쪽에 친환경 유기농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나 공유주택 등 우리가 사는 거주 공간도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지요.
공간의 특성이 콘셉트가 되고 있습니다. 제일 매거진 3월호에서는 개성과 차별화를 통해 변신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초개인화 시대에는 ‘공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 주변의 공간들이 ‘재구성’되고 있는 이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