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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을 피하는 방법…심플하되 강력할것

입력 : 
2023-02-08 16:05:08
수정 : 
2023-02-08 16: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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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캠페인 이미지. 【사진 제공=제일기획】
아침 8시면 어김없이 구독 중인 콘텐츠의 알림이 온다. 그리고 스마트폰 속에 쌓여 있는 아직 읽지 않은 수많은 콘텐츠들. 누군가는 시간을 들여 열정적으로 썼겠지만 스킵할지 말지 결정하는 덴 몇 초면 된다. 이런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사람들의 스킵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을 가진 콘텐츠가 있다. 바로 광고다.

몇 초 만에 첫인상이 결정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메시지는 더없이 심플해야 하고 전달은 강렬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얘기하고 싶은 브랜드 혹은 제품의 장점이 많은데, 압축하자니 그야말로 안 아픈 손가락이 없기 때문이다. 버거킹에서 새로 출시한 치킨킹이라는 제품 또한 전달해야 할 요소가 참 많았다. 육즙이 가득한 치킨 통다리살에 매콤한 잠발라야 시즈닝을 입혔고, 그것을 바삭하게 튀겨낸 버거.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자리에서 시식했을 때의, 바삭함과 동시에 육즙이 가득했던, 잊지 못할 감각을 세 단어로 팀과 함께 압축한다. JUICY & CRISPY, CHICKEN KING. 어렵게 메시지를 줄였다 해도 그것이 매력적이고 확실하게 소비자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따라야 한다.

강렬한 전달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생경한 공감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MZ세대를 인구통계학적인 특정 연령대의 젊은 세대로 구분하기보다,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토대로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개개인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MZ에게는 모든 소비가 자기표현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가 표현하는 생경함 속에서 MZ세대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랐다.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가수 이찬혁이다. 햄버거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이찬혁은 햄버거에서 느껴지는 JUICY & CRISPY에서 인생과 사랑의 철학을 이끌어 낸다. 뮤지션으로 성공한 후 작업실에서 혼자 버거를 음미하는 인생의 한순간, 연인을 기다리며 의자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한순간. 그에게 인생은 때로는 촉촉하고 바삭한 일. 치킨킹을 먹는다는 것은 촉촉하고 바삭한 이찬혁 자신의 인생을 음미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생경한 공감을 위해 감각적 연출에도 공을 들였다. 원 신, 원 컷의 형식과 1960~1970년대 프랑스 영화에서 들을 법한 BGM, 3대2의 화면비율을 적용했다. 의도적으로 영상의 초반부터 강력한 ASMR을 삽입하고, 거기에 이찬혁의 의도치 않은 애드리브까지 더했다. 최근의 시몬스침대 광고에서는 오히려 침대를 등장시키지 않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이 침대가 주는 편안함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고, 중고차 판매 플랫폼 헤이딜러의 광고에서는 타던 차를 판매하는 과정을 "헤어지자, 두려움 없이"라는 말 한마디로 대신했다. 많은 콘텐츠 안에서 살아남는 15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메시지는 줄이고, 그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연출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 써야 한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달해야 한다면 잊지 말자. 메시지는 심플하게, 전달은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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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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