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긋기를 통해 신생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글로벌 사례로는 '에어비앤비'가 있다. 서비스 초창기 에어비앤비의 숙박 공유는 '좋은 여행은 곧 럭셔리한 숙박'이라는 인식 속에서 대중화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남의 집에서 묵는 것은 '민박'처럼 어딘가 낡고 위험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Live There)'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통해 여행을 재정의함으로써 자사의 서비스를 기존 숙박업과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올려놨다.
이러한 선 긋기는 얼마 전 공개된 SK렌터카의 캠페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SK렌터카는 새로운 모빌리티 라이프를 제시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는데, 이번 캠페인에서 '차, 사지 말고 (다이렉트하게) 타!'라는 슬로건으로 서비스를 정의했다. 이를 통해 신차·중고차를 다이렉트로 장기 렌탈하는 서비스, 탄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서비스(SK렌터카 타고페이) 등 '차량 구매의 대안'을 고민해왔던 SK렌터카의 노력이 한마디로 정의될 수 있었다.
SK렌터카 '차, 사지 말고 타' 캠페인은 선 긋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창의성 측면에서도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교묘하게 비튼다. 통상적으로 차는 사치품으로 소유와 과시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차량 광고는 선망성을 자극하는 이미지 광고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기존의 렌터카 광고는 가격이나 정비 등 서비스적인 측면을 부각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K렌터카의 이번 캠페인은 소유의 개념을 탈피한 장기 렌탈 서비스에 대한 광고임에도 선망성을 제고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배우 박희순 씨가 화이트 양복을 빼입고 누아르 냄새를 물씬 풍기며 영화 같은 액션을 선보이는 컷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러한 접근은 SK렌터카 다이렉트가 실용성을 넘어 이미지 측면에서도 차량 구매의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효과를 준다.
비단 위의 사례들뿐만 아니라 3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대거 생겨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변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지금, 단순히 기능 차원에서의 소구를 넘어 어떻게 하면 기존 상품과 선을 긋고 소비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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